"홍익인간 기리는 날 집회? 용납 못해"… 여야, 개천절 모임 일제히 만류
"홍익인간 기리는 날 집회? 용납 못해"… 여야, 개천절 모임 일제히 만류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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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광복절 집회 때문에 오후 9시 통금에 혹독한 거리두기"
안민석 "보수야당-기독교 한 몸… 김종인 말로만 말고 노력하라"
김종인 "집회 미루길 두 손 모아 부탁"… 지지율 폭락 '트라우마'
지난 10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이 코로나19 예방 소독을 위해 이날부터 이틀간 임시 폐쇄돼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이 코로나19 예방 소독을 위해 이날부터 이틀간 임시 폐쇄돼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극우단체가 개천절(10·3)과 한글날(10·9) 집회를 예고한 것에 대해 여야 모두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만류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을 기리고,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감사드리는 날에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집회는 용납하지 못한다"고 엄포를 내놨다.

이 대표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 여파로 코로나19가 재확산했다"며 "그것 때문에 국민이 사실상 오후 9시 통금과 혹독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행동은 이유가 무엇이든 용납하지 못한다"며 정부를 향해 "법이 허용하는 안에서 강력한 사전사후 대책을 강구하고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알렸다.

민주당 원로 안민석 의원도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이 개천절 집회"라며 "보수 야당과 보수 기독교는 한 몸이기 때문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김 위원장을 향해 "말로만 '철회하라'고 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집회가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해줘야 한다"며 "금지령이든 무엇이든 김 위원장 말속에 진정성이 담겨있는가를 국민과 함께 유심히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기회에 진정성 있게 결별을 선언해달라"며 "그렇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이 아니라, 정말 국민의짐으로 국민에게 지탄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극우단체 집회에 대해 지적 수위를 높이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개천절 집회를 추진 중인 일부 극우단체를 향해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이 순간 부디 집회를 미루고 이웃과 국민과 함께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광복절 집회에 대한 당 입장이 무엇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개인이 참여하는데 당에서 뭐라 말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참여를 독려하지는 않지만, 막지도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정확히 한 달 전과 현재 발언을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의힘이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약 4년 만에 민주당 지지율을 역전했으나, 광화문 사태 때문에 2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재역전을 허용했다.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양상을 보였고, 비난의 화살이 국민의힘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집회 참여 세력을 강도높게 비판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힘없이 하락했다. 김 위원장의 달라진 태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확실한 승리 기반을 마련한다는 심산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선 여전히 문제를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개천절 집회를 미뤄달라면서도 "1919년 스페인 독감으로 13만명의 우리 동포가 사망하고,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진 와중에도 애국심 하나로 죽음을 각오하고 3·1 만세운동에 나섰던 선조님이 생각나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3·1 운동을 언급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망언'이라고 힐난했다.

우원식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힘에 극우 세력과의 단절을 요구했더니, 되레 김 위원장은 극우 세력을 3·1 만세운동에 나선 선조로 격상시켜 버렸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어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국민 눈치는 보이고, 자신들의 표가 되는 극우 세력과 선을 긋지는 못하겠으니 국민 앞에서는 말리는 척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반대 투쟁을 항일 독립운동으로 포장하고, 앞장선 이들을 독립운동가로 떠받들어 옆에 계속 두겠다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진성준 의원도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는 코로나 테러 세력을 3·1 운동 선조에 비유하다니 이 무슨 망언인가"라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선조들이 지하에서 통곡한다"고 몰아붙였다. 또 "지금 국민은 아무런 명분 없이 강행되는 집회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학영 의원 역시 "극우 집단의 개천절 집회를 3·1 운동에 비유해 치하하는 김 위원장의 속셈은 무엇인가"라며 "극우 집단과는 손을 끊겠다더니 아부하자는 것이냐. 구국 집회인데 좀 멈춰달라는 것이냐"라고 비꼬았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