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싸움 치열해진 '공수처'… 여당, 위에선 '협치' 아래선 '최후 보루'
수싸움 치열해진 '공수처'… 여당, 위에선 '협치' 아래선 '최후 보루'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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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공수처·특감관 동시 타결하자"… 주호영에 다시 제안
여당, 윗선 '협치' 강조… 법사위에선 '야당 무력화' 법안 발의
(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해 양면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윗선에선 야당과의 협상을 제안하면서도 물밑에선 '압박성' 법안을 내놓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수처 설치와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일괄 타결하자는 제안에 대해 야당에서 '함정'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합의를 주저하고 있다"며 "순서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인선하고 공수처 정상 출범을 약속하면, 청와대 특감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에 대한 국회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야당에 제시했다.

하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 제안에 대해 "함정이 있다"며 "특감관 추천 절차를 마무리하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하면 출범 절차가 끝나지만, 특감관의 경우 여당이 자기 사람만 고집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절차 시작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주 원내대표 주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가 일괄 타결해서 동시에 추진하는 게 오랜 현안을 가장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판단했는데, 야당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두 안건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을 재차 내세웠다.

김 원내대표가 이같이 유화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등에 대한 여야 대치를 줄이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앞서 21대 의회가 들어선 후 여당은 원 구성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부동산 관련 법 처리 등을 강행하면서 '일당독주' 인식을 각인시킨 바 있다.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가 앞으로 정쟁을 유발할 사안에 대해 협치를 강조함으로써 여론의 반감을 줄이겠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원내대표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목적으로 설립한 북한인권재단 이사회는 정부·여당이 추천 절차를 미루면서 여전히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또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특감관 역시 2016년 9월 이후 공석 상태다. 특감관은 공수처 출범 여부를 떠나 진작 가동하고 있어야 할 사안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은 앞서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위헌법률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진 공수처 설치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지도부 기조와 별도로 대안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분석결과, 현재 계류 중인 공수처 관련 법은 4개다. 이 가운데 3개가 여당에서 발의한 법안이다.

최근에는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의원이 교섭단체가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내놨다. 야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2명이 뽑히지 않으면 추천위 의결 정족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현행법을 우회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법안 제안 설명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해당 교섭단체가 추천을 하지 않아 국민의 뜻인 공수처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원 추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한 비토권 역시 스스로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정면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김용민 의원이 교섭단체 몫 추천위원 4명을 '국회 몫'으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