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서거> 사건 재구성 ‘참담한 23일’
<盧전대통령 서거> 사건 재구성 ‘참담한 23일’
  • 장덕중기자
  • 승인 2009.05.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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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5시4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이 마을 동쪽에 미술관처럼 건립된 노 전 대통령의 사저 경비초소에는 여느때처럼 경비원들이 경호를 하고 있었다.

오전 5시45분. 사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산책을 나가자’는 노 전 대통령의 호출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간단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 노 전 대통령은 이모 경호관과 길을 나섰다.

이날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소환 예정인 날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답답한 마음을 풀기라도 하듯 봉화산에 오르기 시작했고 평소 즐겨보던 사저 뒤편의 부엉이바위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봉화산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산 중턱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사자바위, 왼쪽에는 부엉이 바위가 나타난다.

노 전 대통령은 묵묵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30여분 뒤인 오전 6시20분께 부엉이바위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부엉이가 많이 앉아 있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부엉이바위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휴식을 취하며 경호관에게 “‘부엉이 바위에 부엉이가 사느냐’ 등의 몇마디 질문을 던진 후 ‘담배 있나’며 담배를 찾았다.

하지만 담배를 준비하지 못했던 이 경호관은 “담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라며 짧게 답했다.

부엉이바위에서 20여분간 휴식을 취한 노 전 대통령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오자 한 등산객을 발견하고 ‘폐쇄된 등산로에도 사람이 다니네. 누구지. 기자인가’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최근 일반인과의 접촉을 단절해 온 상황이었기에 이 경호관은 등산객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등산로 쪽으로 신경을 집중했고 잠시후 등산객이 사라진 뒤 고개를 돌렸다.

이후 발생할 사건에 대한 아무런 짐작도 없이 노 전 대통령에게로 시선을 돌렸을 때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상상하지도 못한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아무말도 없이 절벽에 서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노 전 대통령은 45m 아래 언덕에 쓰러져 있었다.

6시45분. 부엉이 바위 아래에 쓰러져 있는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하고 급히 경호실에 무전을 보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뛰어가 노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산을 내려와 경호차량으로 세영병원에 이송했다.

하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은 노 전 대통령은 오전 7시35분께 다시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고 발생 2시간25분만인 오전 9시3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이 경호관을 상대로 2시간10분에 걸친 진상조사를 벌였고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호관 1명과 함께 사저를 출발해 뒷산인 봉화산을 등산하던 중 6시45분께 사저에서 500m 떨어진 봉화산 7부능선 부엉이 바위에서 45m 아래로 뛰어내려 그 충격으로 외상성 중증 뇌손상을 입어 9시30분께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서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