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패싱하고 내놓은 정책 족족 '실패'… 與, 스스로 입법 제동
야당 패싱하고 내놓은 정책 족족 '실패'… 與, 스스로 입법 제동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8.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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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내외 악재로 8월 국회 과제 '공수처 출범' 고심
진보권서도 "공수처, 민생 유익과 관계 없다" 목소리 나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내외 악재가 겹치자 여당이 스스로 입법 제동을 걸었다. '입법 독주'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8월 결산국회 최대 목표로 세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은 일시 중단할 공산이 커졌다.

10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가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여당의 법안·추가경정예산 처리 강행에 대해 응답자 53%가 '야당과의 협의를 무시한 다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답했다.

향후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거나 충돌할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 협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66%로 나타났다. (응답률 31.1%,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 NBS·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여당은 늦어도 8월 임시국회 시작 전까지 공수처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법 강행을 위한 야당 압박은 다소 무리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정책 신뢰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전례 없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행으로 4·15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혼란을 부추겼다. 당초 야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자 '쓰레기 정당, 의석 도둑질, 정당정치 근간을 흔든다' 등 힐난을 쏟으며 검찰 고발까지 했지만, 결국 범여권 차원의 연합정당을 만드는 위선을 보이기도 했다. 야당과 같은 편법을 동원해 실리를 챙기려 했지만, 더불어시민당은 미래한국당보다 적은 의석을 가져오며 뭇매를 맞았다.

부동산 정책은 23번이나 내놨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문 대통령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역시 미국-중국 무역 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에 이어 코로나19, 수해라는 외부 요인과 자연 재해까지 겹치면서 '실패'라는 비난이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검찰개혁, 행정수도 이전, 부동산 정책 등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민생과는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공수처 출범까지 강제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작용해 자칫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민주당 안에서 돌고 있다. 8월 국회가 이날 기준 여드레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말을 아끼는 것도 이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진보 논객으로 알려진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도 "조선시대 사화처럼 권력 비리를 저지를만한 정치 엘리트(지도자) 사이에서 궁정 암투의 룰(규정)을 정하는 문제일 뿐인데, 왜 나라 전체가 시끄러워야 하는지"라며 "공수처에 목숨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수처 출범과 검찰 조직 개편 등이 민생에 어떤 유익을 가져다주느냐는 취지다.

민생이 궁핍해지면서 이달 말로 예정한 8·29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도 흥행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도부도 전당대회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일부 여론은 지금까지 혹평했던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을 호평하기 시작하면서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다만 뒤로는 공수처 출범뿐 아니라 여권 정책 지원을 위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심사 기간을 75일 수준으로 단축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는 등 대비에 나서는 태세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은 현행 기준 패스트 트랙 법안 심사 기간을 최대 330일에서 75일로 줄인다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진 의원은 '해당 법안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서 야당 비토권을 삭제하는 개정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공수처법은 그전에라도 통과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같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공수처 출범 강행 도구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