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잡으면 끝이다'… 與, 野 패싱하며 '부동산 전쟁' 준비 강행
'못 잡으면 끝이다'… 與, 野 패싱하며 '부동산 전쟁' 준비 강행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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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법사위서 임대차 3법 가결… 내달 본회의 처리 예정
이해찬 "현 상황서 추가 논의보다 속도"… 부동산 잡기 사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김용민 의원이 조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김용민 의원이 조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만회를 위한 '입법 속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기와의 전쟁을 위해 야당을 패싱(무시)한 거대 집권당의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에 대한 처리를 일부 강행했다. 이로써 '임대차 3법'은 모두 본회의로 올라가게 됐다.

민주당이 이날 법사위에서 처리한 법안은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 시 기존 임대료의 5% 이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5%보다 상승률을 낮출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법안이다. 임대차 3법 중 2개로, 전·월세 계약 후 30일 내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전날 통과한 바 있다.

민주당은 '임대차 3법'과 '부동산 세법 3법' 등을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통상 입법안은 보고-상정-제안설명-전문위원 검토보고-대체토론-소위원회 회부·심사·보고-축조심사-찬반토론-표결-체계·자구 심사 등 심의 절차를 거쳐야 본회의에 올라간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날 일부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축조심사·찬반토론 등을 거치지 않은 채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야당이 소위원회 구성 없이 표결에 나선 것에 항의하며 '보이콧(퇴장·불참)'하자 군사작전을 펼치듯 기습 표결에 나선 것이다.

앞서 기획재정위원회에선 부동산 3법인 '종합부동산법·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가결했고, 행정안전위원회에선 부동산 취득세율 인상을 골자로 한 '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임대차 3법 일부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로 넘긴 바 있다.

여당이 이같이 속도전에 몰두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여론의 공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셋값 폭등으로 시장과 여론은 정부가 전세시대가 종말시키고 월세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는 비난을 쏟고 있다. 문재인 정부 최대 약점으로 떠오른 실정이다. 또 통합당의 경우 '여당이 청와대 하명으로 세금의 관한 일을 함부로 처리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이 각 상임위에서 부동산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데 대해 "의회 민주주의도 철저히 짓밟히고, 국민의 권리와 권익도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야권 지적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은 차기 대통령 선거 정국까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집값 안정화와 부동산 양극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이 자리한 모양새다. 특히 집값 상승에 대해선 '이번에 못 잡으면 끝'이라는 각오로 사활을 건 태세를 취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법사위 등 상임위 가동에 앞서 실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부동산 상황에선 추가 논의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 등을) 7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일하는 국회'의 진면목을 국민께 보여줘야 한다"며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온전히 책임진 지금이야말로 부동산 안정을 위한 입법과 제도 개혁의 최적기"라고 법안 처리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법사위 역시 법안심사1·2소위원회가 있음에도 소위원회 심의 없이 부동산 법안을 처리했다. 통합당은 규정에 따라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전체회의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은 사안의 시급함을 고려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토론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임대차 3법은 다음달 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조만간 시행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선 임대차 법안이 소관 상임위가 열리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처리됐다며 논란이 불거졌다. 

통합당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상 법사위 개의에 앞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이른바 '임대차 3법' 관련 법안이 이미 대안을 반영해 폐기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상임위에서 의결하기도 전에 이미 여당이 처리해버렸는 게 통합당 주장이다.

김 의원 등 통합당 법사위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 도중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과 같은 일당 독재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 회의 전 결과가 미리 입력된 건 의도적으로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사위원장을 위시해서, 행정실·전문위원실 등 관련자가 확인되는 대로 바로 고발 조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