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올해는 동결, 내년 8월 ℓ당 21원 인상
원유가격 올해는 동결, 내년 8월 ℓ당 21원 인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7.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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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마라톤협상 끝에 낙농진흥회 이사회서 최종 확정
2021년 8월1일 947원 적용…'원유가격연동제' 개선 착수
서울 모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흰우유·가공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原乳)가격은 올해 동결하되, 내년 8월부터 리터(ℓ)당 21원 인상한 947원이 적용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앞서 28일 낙농진흥회(회장 이창범)는 제3차 이사회를 열고, 원유가격 인상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지난 5월 말 낙농가와 유업계 간의 8번의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된 것이다. 

원유가격조정협상은 지난 5월28일 처음으로 진행된 이후 약 두 달간 이어졌다.   

낙농가와 유업계 간의 원유가격 조정은 유제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다. 흰우유는 물론 바나나맛우유 등 가공유 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원유다. 이러한 원유 가격조정은 정부가 구제역으로 피해가 컸던 젖소농가의 소득보장을 위해 2013년부터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것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분을 잣대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4% 이상이면 10% 안에서 협상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상황이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 원유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다소 독특한 체계다. 

낙농가는 지난해보다 생산비가 늘어난 만큼, 증가분 23.33원의 ±10%를 적용해 ℓ당 원유가격을 21~26원 올려야한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생산자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수입산 원유가 무차별적으로 유통된 가운데, 사료값 인상과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개선비용 투자, 최저임금 인상분을 원유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에 우유회사들은 최소 동결 또는 원유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채 되지 못한 저출산 심화 속에서 흰우유 소비는 계속 줄고 있고, 올해는 코로나19로 흰우유 전체 소비의 8~9%가량을 차지하는 학교급식이 장기간 중단돼 재고 누적으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낙농가와 유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유가공협회는 지난 5월 말 원유가격 조정을 위한 첫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후 최근까지 서로 입장 차만 확인했고, 협상은 계속 결렬됐다.

하지만 지난 7차 회의 때 양측은 어느 정도 의견 차를 줄였으며, 7월21일 열린 8번째 회의에서 올해 동결을 전제로 내년 8월부터 원유 가격인상이라는 중재안에 동의했다.

한편, 이번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는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된 후 1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와 비교해 현재의 생산·판매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연동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원유가격 제도개선 소위원회 구성(안)이 안건으로 올라왔고, 회의를 거쳐 한 달 이내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