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2박3일 일정 방한… 美 국무부 "FFVD 조율 추가 강화"
北, 담화 통해 '대화 거부' 입장… '오지랖' 문대통령 조롱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7일 한국을 방문했지만 북한은 북미 대화에 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애초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미국 대선 전 북미 대화' 추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번 북한의 반응으로 북미 대화 추진의 물꼬가 틀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7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2박3일간 일정을 소화한다.
앞서 미 국무부는 전날 비건 부장관의 7∼10일 한·일 방문 일정을 밝히며 다양한 양국 및 국제 현안에 대한 동맹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조율을 추가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비건 부장관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인 이날 오전 북미 대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면서 북미 대화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거듭 대화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권 국장은 "(최선희 제1부상) 담화에서는 때도 모르고 또다시 조미수뇌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대하여서도 언급하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대화와 협력에 무게를 담은 안보라인 인사를 단행하고 북한이 비난해 온 한미워킹그룹 개선방안을 미국과 논의하며 정세 반전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남측을 향한 적대적 시선을 거두지 않은 것이다.
우선 비건 부장관은 9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비건 부장관과 북한 간 판문점 접촉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북한이 대화 거부 의사를 거듭 밝히며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비건 부장관의 목적이 북미 대화 추진이 아닌 추가 도발 억제 등을 통해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상황관리 쪽에 무게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비건 부장관이 내놓을 대북 메시지와 관련, 한미 조율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대선 전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에 적극적인 만큼 한미 간 의견 공유를 통해 미국 측 기류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된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8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화 외교부 1차관을 접견한 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다.
또 비건 부장관은 국내언론을 대상으로 약식 브리핑도 가질 예정이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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