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동료들 “폭력·폭언·따돌림 상습적… 처벌 1순위는 주장 선수”
최숙현 동료들 “폭력·폭언·따돌림 상습적… 처벌 1순위는 주장 선수”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7.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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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40여개 스포츠, 시민단체가 참여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6일 40여개 스포츠, 시민단체가 참여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동료들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의 폭력, 폭언 사례를 폭로하며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6일 고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폭력과 폭언, 따돌림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이 팀은 감독, 주장의 왕국이었다”며 성토했다. 이 자리에는 현역 선수 두 명이 참석해 고 최숙현 선수가 겪은 고통,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낱낱이 드러냈다.

이들은 “오늘 우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고 전했다.

또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고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우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폭행과 폭언을 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고 최숙현 선수가 2016년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었고,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맞고 뺨과 가슴을 맞은 사실도 공개했다. 20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쪘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닥터가 있는 술자리에 불려가 맞았고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었던 사실도 알렸다.

이들은 아울러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맞았고 부모님과의 회식자리에서 감독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고, 어머니한테는 뒤집어엎는다고 협박한 사실도 드러냈다.

이들은 고 최숙현 선수가 ‘고교를 졸업하기 전에 경주시청 팀에서 훈련하다 음주를 강요당한 정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고 최숙현 선수가 고등학생이던 2015년 당시 감독이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에게 술을 먹였다는 것이다. 당시 최숙현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화장실에서 엎어져 아파 소리만 질렀다고 이들은 기억했다.

미성년자 선수들의 음주를 단속해야 할 지도자가 오히려 “운동하려면 이런 것도 버텨야 한다”며 폭음을 강요한 것이다.

이들은 이 외 감독이 새벽에 훈련장에서 발로 손을 차 손가락이 부러졌던 사례, 뺨을 맞아 고막이 터진 사례, 외부 인사와 인사했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맞은 사례, 밥을 시켰다고 숙소에서 뺨을 맞은 사례 등 다른 선수들의 폭행 피해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이어 자신들의 피해 사실도 폭로했다. 이들은 “경주시청에서 뛰는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며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한 선수는 “합숙 생활 중 맹장이 터져 수술을 받았다. 퇴원하고 실밥도 풀지 않았는데 훈련을 시키고 감독이 ‘반창고 붙이고 수영하라.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수술 부위가 완치되기도 전에 수영을 시키는 등 훈련을 시켰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런 만행의 중심에는 주장 선수가 있다며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하기도 했다.

두 선수는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모든 피해자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1일 그가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지면서 국민은 분노했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팀의 감독, 주장을 비롯한 관계자의 처벌과 함께 체육인들의 인권 향상 제고를 요구했다.

현재 경찰은 고 최숙현 선수가 있던 소속팀 지도자 등에 대해 조사한 후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을 넘겼다. 대구지검은 이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양선순 부장검사)에 배당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경찰 수사 자료를 검토한 뒤 가해자로 지목된 지도자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