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 1년…식품업계, 온도차 여전
'NO재팬' 1년…식품업계, 온도차 여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7.0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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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뚜기·대상·오리온 등 식품첨가물·소재·포장재 대체 노력 지속
농심 바몬드카레·녹차 수입 지속, 스타벅스 일부 재고 온라인 판매
서울 모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오뚜기 즉석밥. CJ제일제당은 햇반의 미강추출물 국산화에 성공했고, 오뚜기는 일부 일본산을 썼던 즉석밥 용기를 100% 국산 용기로 바꿨다.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오뚜기 즉석밥. CJ제일제당은 햇반의 미강추출물 국산화에 성공했고, 오뚜기는 일부 일본산을 썼던 즉석밥 용기를 100% 국산 용기로 바꿨다. (사진=박성은 기자)

식품업계는 지난해 7월 일본 아베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노노재팬(NoNo Japan)’ 운동의 확산과 함께 일본산 첨가물과 포장재를 대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노노재팬’ 1년이 지난 현재 ‘탈 일본’ 바람이 이어지는 것과 달리, 일부 기업은 일본식품을 여전히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노재팬 운동은 식품업계의 일본산 대체재를 발굴하기 위한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대상, 오리온, 매일유업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일본산 식품첨가물과 포장재를 국산화하거나 제3국으로부터 대체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왔으며, 결과적으로 일정부분 성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의 미강추출물을 국산화하는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올 1월부터 잡곡밥과 흰밥 등 일부 물량에 적용하고 있다. 미강추출물은 쌀겨에서 뽑아낸 식품 원료로, 밥의 맛과 향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CJ제일제당은 그간 미강추출물을 일본산으로 사용해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관련 소재의 꾸준한 연구·개발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고, 연내 햇반 전체 물량의 미강추출물 100% 국산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뚜기도 ‘맛있는 오뚜기밥’ 용기의 5%가량을 일본산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즉석밥 용기의 일본산 발주를 중단하고 100% 국산 용기로 대체했다. 

대상은 소시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콜라겐 케이싱과 저지방 다이어트 소재로 쓰이는 MCT오일, 결정과당을 비롯한 일부 식품소재와 첨가물을 일본산으로 사용했지만, 현재 일본산 대신 제3국을 통해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 관계자는 “일본산 원료나 첨가물은 지속적으로 제3국으로 대체하거나 국산화를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제조공정에 필요한 탄산칼슘과 제과에 첨가한 허니향·카스타드향 등 향료를 일본에서 수입했는데, 노노재팬 운동 이후 국내 업체들로부터 공급선을 바꿨다. 

매일유업도 일부 가공유에 커피향을 내는 식품첨가물을 일본산으로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았지만, 이후 제3국으로의 교체를 추진하고 싱가포르산 식품첨가물로 대체재를 찾아 제품을 생산 중이다. 

롯데 계열 식품회사인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 등은 일본산 재료 사용으로 곤혹을 겪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경월 소주병과 병마개, 종국(누룩 제조의 종균) 등을, 롯데제과는 껌 제품에 들어 있는 껌싸개지(껌을 씹은 후 버릴 때 쓰는 종이)를 일본에서 수입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경월소주 포장재와 종국 등은 일본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에 쓰이는 것으로, 제품 수출을 위해 부득이하게 현지 규정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내수 판매 제품에 일본산 첨가물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롯데제과의 껌싸개지 역시 확인 결과, 일본 수출용 껌 제품에만 들어있고 내수 제품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 

농심이 수입한 ‘바몬드카레’가 서울 모 백화점에 진열된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농심이 수입한 ‘바몬드카레’가 서울 모 백화점에 진열된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본산 ‘오리가미 베란드 블렌드’ (출처=해당 홈페이지 캡쳐)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본산 ‘오리가미 베란드 블렌드’ (출처=해당 홈페이지 캡쳐)

이러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카레·녹차 등 일본식품을 여전히 유통 중이다. 

농심은 자사 제품에 일본산 첨가물이나 소재를 사용하진 않지만, 바몬드카레와 이토엔 오이오차 녹차·쟈스민티, 치치야스 밀크티 등의 일본식품을 수입·판매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이들 제품 수입을 중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매출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커피업계 1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노노재팬 운동 당시 완제품 형태의 ‘스타벅스 오리가미 베란다 블렌드’와 ‘비아 말차’ 등 일본 제품 판매에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스타벅스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관련 제품 설명과 함께 구입도 가능하도록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발주를 중단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입할 수 없다”며 “온라인 채널에서는 일부 남아있는 재고물량이 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