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벼 농자재 구입권 지역농협이 독식
영광군 벼 농자재 구입권 지역농협이 독식
  • 박천홍 기자
  • 승인 2020.05.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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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80여억원 중 85%가까이 차지...당초 취지 무색
영광군 지역농협 농자재 마트 전경.(사진=박천홍 기자)
영광군 지역농협 농자재 마트 전경.(사진=박천홍 기자)

전남 영광군이 혈세로 지원하고 있는 벼 농자재 구입권을 지역 4개 농협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광군이 추진 중인 벼 농자재 지원 사업은 고품질 쌀의 안정적 생산과 농촌인력 고령화·부녀화에 따른 일손부족 해소 및 영농비 절감, 지역 영세업체 활성화라는 취지로 농가별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지역농협이 85%가까이 독점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군과 농업인 등에 따르면 일부 농협임원과 농협 영농자재 판매담당자는 올해 총 12억 원에 이르는 군보조사업에 따른 농자재 쿠폰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농민들이 농협조합원인 점을 악용 농자재 쿠폰을 농협에 사용하지 않는 이장과 농민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광군의 ‘벼 농자재 지원사업 보조금 집행실적’에 따르면 2015년 13억6582만원, 2016년 16억3693만원, 2017년 15억9748만원, 2018년 15억6716만원, 2019년 15억5179만원으로 최근 5년간 80여억원의 농자재 구입권이 100% 군비로 지원되고 있다.

군 혈세로 지급되는 ‘벼 농자재 지원사업 보조금 지급내역’을 집계한 결과 최근 5년간 총 80여억원 중 85% 이상이 지역 농협으로 지급됐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2017년 당시 본보 기사가 나간 이후 군담당자가 문제를 파악하고 2018년 사업은 이미 잡힌 예산이니 시행하고 2019년부터는“농자재 쿠폰 구입권을 폐지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다.”라는 군의 입장과는 다르게 여전히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돼 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사업에 실효성을 따지지 않고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입맛대로 선심성 사업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행태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가에서도 농자재 지원 쿠폰을 농협에서 발급해 농민들에서 주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는 부분도 있다.

농업인 A씨는“'농협에서 농자재 지원쿠폰을 사용하러 오지 않느냐'는 협박성 전화까지 받았다”면서“군비 100%의 지원 사업 임에도 불구하고 농협의 눈치를 보며 사용해야 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 지역농협 C씨는 “영광군에서 매년 농자재 구입권을 발부할 때 마다 농협 직원들에게 구역까지 지정해서 회수해 오라고 닦달해서 우리도 미칠 지경이라”고 답답해 했다.

특히 특정 업체에 치중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수수방관 하고 있어 의구심만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농자재 구입권이 농협에 치중되고 있는 것은 파악하고 있으나, 해당 부분에 대해 군 내부에서는 농협에 밀어주게 하는 행태는 없다"고 주장했다.

영광군 벼 농자재 구입권 사업에 막대한 군민혈세를 들여 지원하는 만큼 철저한 관리감독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c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