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8조원 정부·산은 각 1조원 출자해 유동성 지원
코로나에 신용도 낮아진 투기등급(BB)도 매입 가능
한국은행과 정부·산업은행이 역할 분담을 통해 총 1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단기사채 매입기구(SPV) 설립을 추진한다. 유동성 공급과 자본확충 등 기업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 기간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 중 투기등급까지 추락한 비우량 회사채도 매입대상으로 고려한다.
20일 한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진행한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이번 SPV는 금융시장 안정시까지 한시적으로 6개월간 운영한다. 이후 코로나19 추이와 시장 상황, 운영성과 등을 평가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원 조달은 한은이 선순위 대출 8조원(80%), 산은이 출자와 후순위 대출 1조원(각 10%)을 부담하는 구조다. 산은의 SPV 출자를 위해 정부는 3차 추경 5000억원과 내년 편성 예정인 5000억원을 끌어서 공급한다. 산은의 1조원의 SPV 후순위 대출자금은 산은이 산금채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하게 된다.
매입 대상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회사채는 AA~BB등급 사이에서, CP·단기사채는 A1~A3까지 지원한다. 구체적 매입 대상에 대해서는 향후 운영위원회(가칭)를 통해 결정된다.
한은은 매입 대상으로 우량 및 A등급뿐 아니라 BBB등급 이하의 저신용등급 채권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이 경우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기업(fallen angel)에 한정한다고 덧붙였다.
또, 일시적 애로를 겪는 기업 지원에 한시적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목적을 고려해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 기업은 매입대상에서 제외하고, 만기는 3년 이내로 정하는 등 제한을 달았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준금리 빅컷과 채권시장안정펀드 설립,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신설 등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시정안정화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으로 대응해왔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는 회사채와 CP 시장도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부총재는 "그럼에도 실물 경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피해 기업들의 영업실적 악화와 자금사정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영업규모를 축소하면, 소비위축과 기업실적 추가 악화가 이어져 금융불안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SPV 설립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정책당국의 의지가 시장에 명확하게 전달되고, 시장 안정화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3개 기관은 향후 손실 가능성에 대한 관리 책임에서도 역할 분담을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0조원 기준으로 보면 20%까지 정부와 국책이 흡수할 수 있고, 80%는 중앙은행에 일부 위험이 노출되지만 내부 위원회의 포트폴리오 구성 등 시장 효과가 있으면서도, 신용위험이 과중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차관은 "(손실 발생 시) 중앙은행에 전이되는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며 "손실의 주체가 산은인 경우에 최종 신용 위험 감당 주체는 정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SPV 설립에 총 1조원 재정(10%)을 반영한 정부는 향후 코로나19 위기 전개 양상에 따라, 20조원 규모로 추가 확대도 수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20조원 확대 시에도 재원 조달 구조는 1차와 같은 비율로 출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