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추진 검토에 의료계·시민단체 “용납 불가”
원격의료 추진 검토에 의료계·시민단체 “용납 불가”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5.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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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시민사회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시민사회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계획에 대해 의료계·시민사회단체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5일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졸속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정략적 악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 의료법상 국내에서는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 상담, 처방하는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간 정부가 수차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도해왔으나 의료계, 시민단체 등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규제를 개선해 향후 출현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무산돼왔던 원격의료 시장 성장에 대해 재논의하게 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서울에 있는 의료진이 문경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확진자들을 원격으로 진료하고 필요한 약 등을 처방한 바 있다. 이런 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에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모니터링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칫 초기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해 보고, 만져보고 두드려 보는 시진, 청진, 촉진 등을 하는 것이 진료의 기본 원칙이라며 원격의료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허용돼 도서, 벽지 등의 지역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혜택을 보게 되더라도 이 외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게 또한 이들의 주장이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보건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지거나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이것이 의료민영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동네 병·의원, 보건의료노조, 대한의사협회,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 여러 의료 관계자들이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만약 원격의료를 강행할 시 극단적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정부가 당사자인 의료계를 패싱한 채 산업을 키우자고 안전을 내팽개치는 주객전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원격의료는 대면 진료를 대체할 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어 그 한계가 명확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건강과 대안 등 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도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안전과 효과가 증명되지 않아 추진되지 못한 대표적인 의료영리화가 원격의료”라며 “원격의료 기기와 통신기업, 대형병원의 돈벌이 숙원사업이나 환자에게는 의료수준의 향상없이 의료비만 폭등시킬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 비상 상황을 빌미로 원격의료를 제도화해 기업들의 숙원사업을 허용해주는 것은 ‘재난 자본주의’의 전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