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일파만파… 코로나19 전국 확산일로 우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일파만파… 코로나19 전국 확산일로 우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5.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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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간 이태원 유흥업소.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간 이태원 유흥업소. (사진=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빚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이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나흘 만에 5명 안팎이었던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0명을 넘어섰고 클럽발 감염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또 다른 수명의 확진자를 낳고 있다. 검사 중 또는 대기 중인 확진자의 접촉자 수도 수십 명에 달해 잠잠했던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다시 요동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집단감염이 전국 확산일로에 선 현재를 우려하며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국내에서 34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중 해외유입 사례가 8명, 지역사회 발생은 26명으로 대부분 이태원 클럽 관련자로 추정되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는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에 거주한 20대 남성의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가 나온 6일부터 8일까지 확인된 확진자는 19명이었고 9일에 나온 신규 확진자를 더하면 50명에 육박했다. 여기에 이날 0시부터 정오 사이에 11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54명이 됐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나온 신규 확진자들은 해외유입 사례로 지역사회 감염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6일 클럽 확진자가 나온 이후 5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태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재확산되는 모양새가 됐다. 

클럽은 밀폐 공간에서 앞·뒤·옆으로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소리를 지르거나 음식물 나눠먹기도 이뤄지는 공간이다.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기 때문에 클럽은 그 어느 곳보다 개개인의 철저한 관리와 방역이 필요했다. 

클럽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방문자 출입기록부를 적는 등 노력을 해왔으나 방문자들은 출입기록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자신의 신원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 술수를 썼다. 

때문에 집단감염 사태의 경로를 추적하려 해도 완벽히 파악할 수 없게 됐고 클럽은 초위험 시설로 접촉자 파악이 비교적 용이한 콜센터나 교회, 정신병원에서의 발생한 집단감염 때보다 성격이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방역당국이 이번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를 우려하는 것은 제대로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탓에 이 사태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까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서울(12명), 경기(5명), 인천·부산(각 1명씩)이었다. 9일에는 충북, 제주에서도 확진자가 보고됐다. 특히 제주에서는 지난 5일 이태원 클럽을 다녀와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여성이 나왔는데 현재 이 여성과 접촉한 자가 127명에 달해 자칫 무더기 확진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황금연휴(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기간 18만명 이상이 제주도를 오간 것을 보면 이 여성에 의해 제주 방문객 상당 수가 접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이날 확진자가 더해지면서 서울(30명), 경기(14명) 인천(6명), 충북(2명), 부산(1명), 제주(1명) 등으로 늘게 됐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태원 클럽 방문 후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약해 이들이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 또 다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도 세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클럽 방문자들이 대개 20대 젊은층으로 활동성이 높고 이동반경도 넓다는 점을 볼 때 충분히 N차 감염을 불러왔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현재까지 나온 역학조사에서 이태원 확진자 중 무증상 비율이 30%에 달하고 있다는 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이 외 클럽 방문자 일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용했다는 점, 대중교통으로 귀가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점, 집단감염 발생지가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 이태원에서 나왔다는 점, 황금연휴에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이태원을 방문한 점, 수도권 거주 상당수가 이태원을 방문한 점 등도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전국 확산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다. 

이태원은 외국인도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점도 확산 불씨를 키우고 있다. 실제 전날까지 클럽 관련 외국인 확진자도 4명이 나왔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방역 전문가들은 앞으로 4~5일간의 대응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수도권 뿐만 아니라 전국이 또다시 코로나19 창궐에 몸살을 앓을 수 있다. 정부도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의 조기 전환에 대한 뭇매를 맞을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5일 내 방역 상황을 이후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8일 오후 8시부터 한달 간 전국의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에 운영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서울시의 경우 9일 오후 2시 시내 모든 유흥시설에 사실상 무기한 영업정지를 명령했다. 

또 지난 4월29일부터 5월6일까지 이태원 클럽 방문자에 자발적 검사받기를 권고하고 용산구는 지난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이태원 클럽 5곳을 방문한 7222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런 방역당국의 노력을 수긍하면서도 대응하기 어려운 집단감염이 발생한 만큼 고위험 장소나 상황에 대해서는 선제 대응을 할 것을 주문했다. 

저위험 시설은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되 유흥시설, 종교시설 등 고위험시설에 대해서는 규제를 나중에 푸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활방역 체계 전환으로 완화된 규제를 다시 조이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추가 접촉자 파악과 감염원에 대한 역학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4월말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을 방문하신 분은 외출을 자제하고 자택에 머무르면서 관할 보건소 등의 조치사항에 따라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