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진용 짠 금통위…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낮아
새 진용 짠 금통위…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낮아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4.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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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성향 띤 조윤제·주상영 교수
한은맨 서영경·최초 연임 고승범 균형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임시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금통위가 진행 중이다. (사진=한은)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임시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금통위가 진행 중이다. (사진=한은)

한은의 주요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 위원 3인이 교체됐다. 시장에서는 교체된 금통위 위원들을 두고 친정부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은 출신' 서영경과 최초 연임자인 고승범이 매파적 성향을 띠고 있어 견제와 균형을 잘 갖추리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새 진용을 짠 뒤 처음 열리는 다음 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바뀌는 한은의 얼굴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인을 대신할 차기 위원을 공개하고, 이들을 21일부터 금통위 위원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금통위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 총 5개 기관장의 추천을 받아 정해진다. 여기에 총재와 부총재가 당연직으로 포함돼 총 7명으로 금통위가 꾸려진다.

금통위 위원의 교체는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특히, 금통위 위원들이 비둘기파적 성향(통화 완화 선호)이냐 매파적 성향(통화 긴축 선호)이냐에 따라 기준금리가 좌우되기도 한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위원은 이일형, 조동철, 신인석, 고승범 위원이다.

이중 고 위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추천을 받아 금통위 사상 최초로 연임 위원이 된다.

고 위원은 기존에 매파적 성향이 강한 인물 중 한 명이었지만,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중립적인 성향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금통위 위원이 대거 교체되면서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흐려지지 않도록 고 위원의 연임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새로 선임된 나머지 위원들에 대해 친정부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기재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조윤제 전 주미대사가 금통위 위원 후보자로 선정됐다. 조 후보자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으며,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맡았다. 현재는 서강대 국제 대학원 교수로 재임 중인 경제 전문가다.

또, 금융위 위원장 추천을 받은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와 청와대 정책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금통위 위원에는 친정부 성향이 대거 포진됐다"며 "현 정부는 부동산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정부인데 저금리가 주는 가장 부정적 이팩트가 부동산이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저금리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한은의 역할 자체는 많이 떨어질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서영경 후보자에 대해서는 색깔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 후보자는 지난 2008년 한은에 입행해 부총재보까지 지낸 인물이다. 현재는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을 지내는 중이다. 

기존에는 매파적 성향이 강했던 인물이지만, 기업인을 대변해 대한상의에서 일하며 색깔 또한 옅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원래 기업인들의 의견을 대변해 도비시(비둘기파 성향)한 분을 많이 추천하는데 한은 출신을 추천한 게 특이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 위원 교체로 한은이 정부와 더욱 가깝게 발맞춰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 출신 서 후보자와 연임된 고 위원의 성향을 고려하면 매파적 성향을 지닌 한은의 색깔 자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재와 부총재, 고승범 위원 세 명이 이미 기존의 스탠스(매파)를 갖추고 있기도 하고 새로 온 분들이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나 자신만의 원칙론이 있다고 해도 어려운 경기 여건을 고려하면 한은의 정책 기조 자체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고승범 금통위 위원과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영경 대한상의 SGI 원장, 조윤제 전 주미대사. (사진=한은)
(왼쪽부터) 고승범 금통위 위원과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영경 대한상의 SGI 원장, 조윤제 전 주미대사. (사진=한은)

◇ 5월 금리 인하 여부 '촉각'

한편, 금통위 위원 교체 후 처음 열리는 금통위인 만큼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처럼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남아있다고 본다면 2~3분기 중에는 한 번 더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여력은 있지만, 서두를 상황은 아니다"라며 "지금 코스피가 많이 올라온 상황이어서 금융 불안이 수반될 때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분기 정도에 금리 인하가 한 번쯤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시나리오가 발생한다거나, 추가 정책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추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선진국 금리가 제로금리로 간다거나 혹은 통화 완화 정책이 장기화될경우 중립금리는 이론적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며 "빠르면 5월, 늦으면 2분기 중에는 1번 정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