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풍향계-판세③] 지역갈등 40년… 이번에도 이변 없을까
[총선풍향계-판세③] 지역갈등 40년… 이번에도 이변 없을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4.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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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7대 대선서 심화… 영남 '보수' vs 호남 '진보'
18대 대선서 해소세 보여… 20대 총선 '해소 불씨' 살아
김대중평화센터가 지난해 6월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1971년 장충단공원에서 열린 당시 7대 대선 야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의 선거유세에서 이 여사가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대중평화센터가 지난해 6월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1971년 장충단공원에서 열린 당시 7대 대선 야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의 선거유세에서 이 여사가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호남 지역갈등은 7대 대통령 선거를 치렀던 지난 1971년부터 시작했다.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와 신민당 김대중 후보가 격전을 벌였던 이 선거에선 5·6대 대선과 달리 영·호남에서의 득표율 양상이 달라졌다.

40년이 지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선 지역갈등이 깨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호남소외" vs "영남불매"… 박정희·김대중의 지역주의

7대 대선에서의 박정희 후보 득표율은 전국 53.2%다. 김대중 후보는 45.2%의 간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강원·충청북도·충청남도·경상북도·경상남도·제주도는 박 후보를 지지했고, 서울·경기도·전라북도·전라남도는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과 경기에선 박 후보와 김 후보가 각각 40%와 59%, 48.9%와 49.5%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또 충북·충남·제주에서도 근소한 차이가 났지만, 영·호남과 강원은 달랐다. 경북은 박 후보에 대해 75.6%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고, 경남 역시 73.4%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전북에선 김 후보 지지율이 62.8%에 달했고, 전남 역시 61.5%의 유권자가 김 후보를 택했다.

김 후보는 당시 선거에서 '호남의 경제적 소외론'을 내세웠다. 대승적 지역 안배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문제는 '경상도 정권을 타도하자'는 주장으로 호남 여론을 선동했다는 게 정치권 평가다. 박 후보 또한 이런 자극성 유세몰이에 가담해 선거 3일 전 '호남에서 영남인의 물품을 불매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허위전단을 뿌려 선동에 나섰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수성갑 김부겸 후보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 측 선거사무원이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수성갑 김부겸 후보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 측 선거사무원이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대 대선, 다시 고개든 지역주의… 14대 대선 '갈등 심화'

서막을 드러낸 지역주의는 중선거구를 내세운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주춤했다. 다시 고개를 든 것은 1971년 7대 대선 이후 16년 만에 치뤄진 대통령 직접선거에서부터다.

지난 1987년 13대 대선에선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대구·인천·경기·강원·충북·경북·제주에서 석권했고,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부산·경남에서,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서울·광주·전북·전남,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는 충남에서 선방했다. 보수 성향의 후보는 남한 전 지역의 동쪽과 북서쪽을 가져갔지만, 서남쪽에 위치한 호남은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다.

이후 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1992년 12월 11일. 부산 초원복집에선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과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 등 부산 지역 기관장이 모였다. 이들은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김대중 민주당 후보와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하자는 대화를 나눈다.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또는 부산기관장대책회의 사건으로 불린다.

이를 계기로 지역감정 대립은 해소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반(反) 전라도 지역감정은 한꺼번에 분출됐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광주 서구 신세계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한국당 원유철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광주 서구 신세계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0년 들어 이변 속출… 21대 총선, 지역갈등 타파할까

지역갈등은 17대 대선까지 이어졌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던 18대 대선에서부터 해소세를 보였다. 문 후보는 요지부동 PK(부산·울산·경남) 중 부산·울산에서 상당한 지지세를 보였다. 부산에선 박 후보 59.82%, 문 후보 39.87%를 기록했다. 울산에선 박 후보 59.78%, 문 후보 39.78%를 나타냈다. 다만 전북·전남·광주는 여전히 진보 성향이 강했다.

지역주의 해소의 불씨는 20대 총선에서 살아났다. 당시 호남에선 28개 지역구 중 2석을 정통 보수 새누리당에게 내주었고, 23개 지역은 국민의당 손을 들어주면서 정통 진보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했다. 

영남에서도 이변이 속출했다. 민주당은 65개 지역구 중 7곳에서 석권했고, 무소속 후보 7명도 당선했다. 경남 창원·성산은 고 노회찬 후보를 국회로 입성시켰다.

21대 총선에서도 지역갈등 해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포항을 방문해 "TK 시·도민 여러분께서 지역 완화를 한 번 보여주심으로써 전 국민께 감동을 선사하시면 어떻까 감히 제안 드린다"며 "제가 정치를 하는 그 순간까지, 정치를 그만두고 자유인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지역주의 완화를 포함한 국민 통합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원유철 대표은 광주에서 "광주시민 눈높이에 부족한 면이 있겠지만, 지역 균형 발전을 실현하겠다"며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지속가능한 호남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13일 경북 포항시청 앞에서 포항북구 오중기, 남구울릉군 허대만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13일 경북 포항시청 앞에서 포항북구 오중기, 남구울릉군 허대만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