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 시장 커질수록 소득 불균형 확대"
"무형자산 시장 커질수록 소득 불균형 확대"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4.0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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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기업 시장 지배력 키우면서 고급인력 독점
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비전문가 수요는 '감소'
1967~2018년 미국의 평균소득과 중위소득 분포도. (자료=Census Bureau·한은)
1967~2018년 미국의 평균소득과 중위소득 분포도. (자료=Census Bureau·한은)

무형경제로의 전환이 소득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무형자산 시장이 확대되면서 상위 소수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고급 인력과 비전문 인력 간 수요와 소득 격차가 벌어진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무형경제의 부상: 무형자산의 역할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학계에서는 무형자산 고유의 특성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무형경제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형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기업의 시장지배력 강화와 경기역동성 저하, 소득 불균형 확대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무형자산 확대는 네트워크 효과 등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결합해 기업의 투자·생산 확대 등에 기여한 반면, 상위 소수기업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시장경쟁 훼손 등의 부정적 효과도 수반한다"고 말했다.

이런 슈퍼기업의 독점은 숙련편향적 기술진보로 인한 고용 양극화와 근로자 간 임금 격차 확대 등을 유발해 소득 불평등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선도기업들이 무형자산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특화된 고급 인재를 고용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우수 인력을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디지털·자동화로 인해 대체 가능한 비전문적 인력에 대한 수요는 저하되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 간 불평등이 개인 간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면서 중위소득과 평균소득 간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가 밝힌 한 연구에 따르면 기술 발전과 무형경제 전환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R&D(연구개발) 투자 순위 상위 5%에 해당하는 글로벌 100개 기업이 R&D 투자 54%와 특허권 48%, 상표권 27%를 점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체제 전환과정에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무형자산 투자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무형자산 확대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기업 역동성과 시장구조 변화, 소득 불균형 등 거시경제적 역기능도 유발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과 관련한 연구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6~2014년 미국의 하위 50%와 상위 1% 소득비중. (자료=World Inequality Database·한은)
1966~2014년 미국의 하위 50%와 상위 1% 소득비중. (자료=World Inequality Database·한은)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