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포스코건설, '최저가 낙찰제' 폐지…전문가 "긍정·환영"
[이슈분석] 포스코건설, '최저가 낙찰제' 폐지…전문가 "긍정·환영"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3.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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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고려하면 민간 차원서 하기 어려운 결정
중소업체 상생 및 '품질·안전 향상' 효과 기대
지난 19일 포스코건설이 서울 여의도에 짓고 있는 최고 69층 복합문화시설 '파크원(Parc.1)'의 상부 모습.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9일 포스코건설이 서울 여의도에 짓고 있는 최고 69층 복합문화시설 '파크원(Parc.1)'의 상부 모습. (사진=천동환 기자)

포스코건설이 건설사 최초로 공사 입찰에 대해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환영' 의사를 밝혔다. 비용을 고려하면 민간 차원에서 하기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또, 원도급 건설사의 이런 노력이 중소업체 상생과 시공 품질 향상, 안전 확보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음 달 1일부터 공사 발주 건에 대해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저가제한 낙찰제'를 적용한다.

최저가 낙찰제는 말 그대로 공사 입찰 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낮은 비용으로 일을 맡길 수 있다는 비용적인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저가 낙찰에 따른 공사품질 저하와 하수급자 경영 악화는 문제로 지적된다.

포스코건설이 제시한 저가제한 낙찰제는 공사별 입찰액에 대한 하한선을 설정해 과도하게 낮은 금액으로 낙찰이 이뤄지는 것을 방지한다. 정상 범위 밖 낮은 금액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 공사품질을 확보하고, 하수급 업체의 적정 이윤도 보호한다는 취지다.

공공공사의 경우 원수급자가 하수급자에게 지급하는 하도급대금을 공사 예정가의 82% 이상이 되도록 정하고 있지만, 민간 공사는 이런 제한 규정이 없다. 예를 들어 포스코건설이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공사를 수주해 이 중 일부 공종을 하수급자에 맡길 경우 수주 금액의 82% 이상을 하도급 대금으로 써야 하지만, 민간 발주자로부터 수주한 공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자발적으로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자체 규정을 통해 하도급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 폐지로 상당한 추가비용 부담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무리한 저가낙찰로 발생할 수 있는 공사품질 저하, 안전사고 등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건설 전문가들은 포스코건설의 이같은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민간건설 분야에서 적정 공사비가 자리 잡는 시초가 되길 기대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결정은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인데, 포스코건설이 상생협력 차원에서 많이 양보한 것"이라며 "적정 수준 공사 비용이나 품질, 안전 차원에서 크게 고무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하도급 업체들이 제시한 입찰액 중에서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금액으로는 공사를 발주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아주 긍정적인 시도"라며 "이런 것이 하나의 모범 사례로 제시될 경우 다른 건설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건설공사에서 최저가 입찰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효과가 큰 만큼 지속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저가로 공사를 수주한 업체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사와 연관된 모든 회사와 노동자, 소비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하도급업체가 너무 낮은 입찰가로 낙찰을 받은 경우 이로 인한 문제가 계속 이어진다"며 "어디에선가 돈을 남겨야 하다 보니 재하도급을 주거나 장비·물품·인건비 등을 과하게 깎아내리게 되고 결국 이런 것이 시공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