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투·단식·헌금… 선거철 반복하는 '공천 갈등'의 역사
난투·단식·헌금… 선거철 반복하는 '공천 갈등'의 역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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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갈등 되풀이로 '학살·사천' 등 자극적 용어까지
'당내 갈등'은 과거 추세… 최근엔 '정당 간 갈등' 시선
미래통합당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퇴와 공정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퇴와 공정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당 정치' 국가에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은 정계 입문의 첫 걸음이다. 정당 소속 정치인에게 공천 탈락·배제는 사형 선고와도 같다 보니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공천을 두고 치열하게 다툰다.

<신아일보>는 18일 공천을 두고 이어진 갈등과 비위의 역사를 정리했다.

◇권력이 뭐길래… 공천 위해 '난투'에 '감금'

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2000년 2월 18일 이회창 총재의 최측근 하순봉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낙천자 명단을 추인한 당무회의를 끝내고 나오던 중 김호일 의원의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는 봉변을 당했다.

당시 재선인 김 의원은 경남 마산시 합포구에서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인제대학교 교수와 마주했다. 당이 이 교수를 공천한 것에 불복한 김 의원은 하 총장에게 주먹과 발차기를 날린 후에도 지지자들과 사무총장실 출입문을 막으며 하 총장을 사실상 감금하기도 했다.

결국 김 의원은 이 교수와의 공천 경합에 나섰고, 16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배우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02년 당선 무효 판결을 받았다.

◇나쁜 건 금방 배운다더니… '공천학살'

2008년 18대 총선에서의 공천 추세는 '학살'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열린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친박계(친박근혜계)' 인사는 공천에서 대규모 배제(컷오프)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 공천학살에 반발한 일부는 친박연대를 만들어 전국에서 14석을 가져가며 원내 4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 열린 2016년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이른바 '비박계' 공천학살을 단행한다.

비박계 김무성 대표는 당시 공천장에 당대표 직인을 찍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 사건은 '옥새파동'으로 잘 알려졌다.

지난 2016년 3월 5곳 무공천을 선언한 새누리당 당시 김무성 대표가 부산 자갈치시장의 한 횟집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술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3월 5곳 무공천을 선언한 새누리당 당시 김무성 대표가 부산 자갈치시장의 한 횟집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술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천'을 위해서라면… 헌금·단식 마다 안 해

공천관리위원회와 위원장은 '개혁'을 명목으로 칼을 휘두르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저승사자 원조는 박재승 대통합민주신당 공관위원장이 꼽힌다. 박 위원장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와 '호남 현역 30% 물갈이'를 원칙으로 내세웠고, 공천 피바람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설훈 전 의원은 공천 심사도 받지 못하자 당사 내 공관위원장의 방을 점거하고,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창가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같은 선거에서 보수권은 공천헌금 논란에 휩싸였다. 양정례 후보의 어머니가 서청원 의원 등에게 공천헌금 17억원을 상납했고, 양 후보는 비례대표 1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으나 이후 당선무효형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며 설훈 최고위원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며 설훈 최고위원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내 갈등'에서 '당 간 갈등'으로… 추세 변화

한 달도 남지 않은 21대 총선에서의 공천 논란 핵심은 '배신'이다. 과거 공천 비위 추세가 당내 갈등이었다면 올해 화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야기한 정당 간 갈등이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에 맹비난했던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돌연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범여권에서 '배신했다'는 오명을 썼다.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의석 수 확보를 위해 미래한국당을 구성했지만, 미래한국의 독단 행동으로 갈등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과 조훈현 공관위원이 휴일인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계속된 공천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면접에서 휴식시간 동안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과 조훈현 공관위원이 휴일인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계속된 공천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면접에서 휴식시간 동안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