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업계, 코로나19·유가 '엎친 데 덮친 격'
정유·화학업계, 코로나19·유가 '엎친 데 덮친 격'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3.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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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에쓰오일, 정제마진 급락세로 영업손실 불가피
유가하락, 수요급감 변수 작용…석유·화학업계도 악영향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지난해 업황 불황에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름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정제마진 하락세가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수요 위축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까지 겹친 탓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은 올 1분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손실을 각각 4040억원, 3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는 올해 초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실적개선 기대감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정제마진은 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넷째 주 배럴당 –0.9달러를 기록한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올 들어서는 2월 둘째 주 배럴당 4.0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여 정유사들의 실적 반등이 기대됐지만, 이후 코로나19가 본격화된 3월 첫째 주에는 배럴당 1.4달러로 급락했다.

이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져, 정유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 배럴당 46.75달러에서 지난 13일 배럴당 31.73달러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OPEC 플러스)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감산에 나섰지만, 비OPEC인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면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유가 하락은 원가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호재로 여겨지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급감이라는 변수가 작용해 유가 하락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요 감소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본격화했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증권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도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요 위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33.71% 감소한 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사고 관련 충당금 약 3000억원의 반영으로 영업손실 275억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ESS 관련 충당금을 제외한 영업이익 2757억원과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900억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롯데케미칼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5% 감소한 131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 달 전보다 약 40% 하향조정된 수치다. 최근 대산공장 사고로 인해 현재 전망치를 더 밑돌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석유 수요 감소가 하루 평균 142만배럴에서 최대 280만배럴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 폭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