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vs 공관위… 통합당, 총선 앞두고 갈등 심화
지도부 vs 공관위… 통합당, 총선 앞두고 갈등 심화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1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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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비공개 회의서 6개 지역구 공천 '재의' 요구
공관위, 번복 시 후폭풍… 총선서 '악영향' 우려 가중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미래통합당 안에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을 두고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 간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당 최고위원회는 12일 6개 지역구 공천 결과에 대한 공관위 재의를 요구했다.

통합당 최고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서울 강남을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부산 북·강서을, 진구갑 △경남 거제 등 6곳에 대한 공천 재심의를 공관위에 요구했다.

서울 강남을은 공관위가 최홍 전 멕쿼리투자자산운용 사장을 공천한 곳이다. 인천 연수을에 대해선 현역 민경욱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민현주 전 의원의 본선 진출을 결정했다. 대구 달서갑은 현역 곽대훈 의원 대신 18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이두아 전 의원을 공천했다.

경선 재심사를 요구한 곳은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산 북·강서을,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전략공천한 부산 진갑, 김한표 의원을 제외하고 서일준 전 거제시 부시장에게 공천을 준 경남 거제다. 컷오프된 권성동 의원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재의 요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명단에서 빠졌다.

미래통합당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퇴와 공정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사퇴와 공정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고위의 이번 결정은 일부 후보자가 공관위 공천 결정에 반발함에 따라 나왔다. 당초 황교안 대표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겼지만, 한국당 출신 공천 탈락자의 불만도 어느 정도 잠재워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 앞서 "공관위가 그동안 많은 노력과 수고를 했지만,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속되고 있고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며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동을 건 바 있다. 전날 김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일련의 컷오프 논란에 대해 "당의 미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해를 구했지만, 정면 반박한 것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공천관리위원회를 마친 뒤 4·15 총선 공천 심사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공천관리위원회를 마친 뒤 4·15 총선 공천 심사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안팎에선 황 대표가 공천 잡음을 이른 시일 내 정리하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황 대표가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공천 문제를 해결해야 거취를 표명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위원장이 일부 공천 결과를 수정하라는 황 대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도부와 공관위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공관위 입장에선 일부 지역의 공천 결정을 번복하면 각 지역에서 재심 요청이 쏟아지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