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고객 못 만나는 보험업계, 1분기 실적 '적신호'
코로나19로 고객 못 만나는 보험업계, 1분기 실적 '적신호'
  • 김현진 기자
  • 승인 2020.03.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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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손보 대면 영업 비중 각각 98·89%로 높아
은행 폐쇄·보험사 非대면 장려 지침 '판로 축소'
지난 21일 서울시 중구의 한 은행영업점. (사진=신아일보DB)
지난 21일 서울시 중구의 한 은행영업점. (사진=신아일보DB)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면 영업 비중이 90% 안팎으로 높은 보험업계의 올해 1분기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잇따른 은행 지점 폐쇄와 보험사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비(非)대면 영업 장려 정책으로 보험상품 판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3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의 대면 채널 초회보험료는 5조3669억원으로 전체의 98%에 달한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 다이렉트 채널이 활성화돼 있음에도 대면영업 비중이 전체의 89%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약이 대부분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은행지점 폐쇄가 잇따르면서 방카슈랑스 채널이 위축되는 등 대면 영업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27일 기준 △경북영업부 △경산시지부 △칠성동 지점 △매천사장지점 △부산하나로클럽 △한국수력원자력지점 등을 임시 폐쇄했다.

KB국민은행도 첨산동지점을 시작으로 △대구3공단종합금융센터 △대구PB센터 △KB손해보험대구지점 △다사지점 △황금네거리지점 △범물동지점 등과 서울 서여의도영업부를 임시 폐쇄한 바 있다.

은행지점 폐쇄와 별개로 보험사들 자체적으로도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대면 영업을 축소하는 지침을 시행 중이다.

KB손해보험은 설계사들에게 대면 영업을 되도록 자제토록 권고하는 특별 근무 지침을 안내했다. 또, 교보생명은 비대면 영업 활동 강화를 위한 특별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롯데손해보험도 설계사에게 미팅 자제를 권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면 영업이 위축되면서 국내 보험사 1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 A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채널을 주력으로 하는 보험사들은 마케터들이 은행 영업점에 방문해 연수하고, 판매원 상담, 코칭 등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은행지점에 손님이 와야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 은행 고객들도 영업점에 가지 않는 분위기라 타격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보험업계 B 관계자는 "보험계약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고객 서명이 필수여서 고객을 꼭 만나야만 하는데 계약이 완료되는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을 만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실적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보험사들은 대면 영업을 대체할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C 관계자는 "전화나 인터넷 등의 대체 수단을 통해 소통해야 하지만 대면 영업보다는 효과가 떨어진다"며 "현재 뾰족한 대책이 없어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일부 상품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8개 주요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75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생명보험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517억원으로 전년 1조7337억원 대비 39.3% 감소했다. 한화생명도 이 기간 당기순이익이 517억원으로 전년 4465억원 대비 81.7% 하락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2월까지는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1분기 실적에 한정해 본다면 3월이 문제가 되는데, 연중으로 봤을 때 이달 신계약이 많이 잡힐 것으로 예상했던 게 줄어들면서 (보험사 실적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