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캐스팅 보트' 쥔 국민연금 행보에 이목 집중
한진칼 '캐스팅 보트' 쥔 국민연금 행보에 이목 집중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2.0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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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행사 적극 임해야" 시민단체 한 목소리
조원태·조현아 지분 큰 차이 없어…역할론 부각
5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방기 규탄과 주주활동 촉구 피케팅’ 활동하는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사진=이성은 기자)
5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방기 규탄과 주주활동 촉구 피케팅’ 활동하는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사진=이성은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게 된 국민연금을 두고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내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따라 양측의 희비는 엇갈리게 됐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참여연대 등은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방기 규탄과 주주활동 촉구 피케팅’을 가졌다.

이들은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간 벌어진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두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는 도입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공염불에 불과했다”고 규탄했다.

또 “국민연금은 지속적인 수탁자책임 활동을 하지 않아 경영진으로서 부적절한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게 됐다”며 “한진칼 기업지배구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장은 “이사의 해임 등 주주제안은 주주총회 개최 6주 전에 이사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3월 말에 주총이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의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난 2018년 7월 도입되고, 지난해 12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후 첫 주총 시즌을 맞아 (국민연금이) 제대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소비자와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 관리·운용해야 한다는 모범 규범을 뜻한다.

이는 지난 2018년 7월 도입됐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27일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지만,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진그룹은 현재 ‘남매의 난’이 본격화한 형국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23일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 회장을 겨냥한 입장문을 내고 “(선대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단일주주로서 한진칼 최대 주주에 오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한진칼 3대 주주 반도건설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조 회장 측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지난 4일 조 회장을 공식 지지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게 됐다.

하지만,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측의 우호지분을 포함한 총 주식 수는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내달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힘을 얻게 됐다.

한진칼 지분 6.52%를 보유한 조 회장 측은 이 고문(5.31%), 조 전무(6.47%)와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0%), 카카오(1.0%)의 지분을 더해 33.45%의 지분을 확보했다. 조 전 부사장(6.49%) 측도 KCGI(17.29%), 반도건설(8.2%)의 지분은 모두 31.98%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며 경영권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은 또 같은 달 열린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이사 자격 강화’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지만 부결됐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