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급증’ 기업…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
‘업무량 급증’ 기업…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1.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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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특별연장근로 남용 주 52시간제 무력화”
주 52시간 근무제. (사진=연합뉴스)
주 52시간 근무제. (사진=연합뉴스)

예상하지 못한 일로 업무량이 급증한 기업은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할 수 있다.

31일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확대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존 시행규칙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예방을 위한 긴급 조치로 제한했다. 

반면 개정 규칙은 기존 시행규칙에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 수습을 위한 긴급 조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에 대한 대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연구개발(R&D) 등을 추가했다.

주로 재해·재난 대응에 사용해 온 특별연장근로를 ‘예상하지 못한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의 특별한 사유에도 쓸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는 사용자가 특별한 사유가 생겼을 때는 일시적으로 노동자에게 법정 노동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해당 노동자 동의와 노동부 인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행규칙 개정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집중적인 노동력이 필요한 예외적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워 졌다는 경영계 측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시행규칙 개정 방침을 밝히고 한 달여 동안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신청하는 기업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 설명자료’도 발간해 산업 현장에 배포했다.

노동부가 배포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업무량 급증을 사유로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하려면, 납기 단축 등의 이유로 업무량이 변동한 것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최대 4주에 해당하는 단기간에 일을 처리하지 않을 시 손해배상 등 금전적 손실 및 원료 부패 등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설명자료 사례로 △대규모 리콜에 따른 자동차 정비 업무 △시스템통합(SI) 기업의 테스트 등을 앞둔 시스템 대폭 수정 △단기간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과일 등 원료의 부패 우려가 있음에도 대체 인력 채용이 어려운 경우 등을 들었다. 

또한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는 연구개발의 사례로는 △소재부품기업법에 따른 소재·부품 개발 기업의 핵심 기술 연구개발 △이와 연관된 테스트 등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 △기술적으로 중요하거나 산업간 연관 효과가 큰 연구개발 등이다. 

노동부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특별연장근로 활용사례가 확산될 경우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는 사례로 △재해·재난과 인명 보호 △돌발 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할 경우 그 기간을 최장 4주로 보고 연구개발은 최장 3개월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사유로 돌발상황을 수습해야 하거나 업무량 등의 폭증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여러 차례 쓰더라도 1년 내 사용 기간은 90일로 제한한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로 특별연장근로를 3개월 넘게 쓰려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편, 기업은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하는 노동자가 건강검진을 요청할 경우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업무량 폭증과 연구개발의 경우 △특별연장근로의 1주 8시간 내 운영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특별연장근로 시간에 상당하는 연속 휴식 부여 등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확대는 탄력근로제 개선 입법이 지연됨에 따라 잠정적으로 조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최장 6개월로 확장하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올해 말까지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운용한 이후 제도 효과 및 현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 후 입법 상황을 봐가며 개선 또는 운영 지침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특별연장근로가 남용될 것”이라며 “주 52시간제가 무력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노동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 시행규칙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업무량 급증 등에 대해서는 원청과 하청이 불공정거래 등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aisylee19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