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합법?" 애매모호…국토부 "정비사업 기준 더 날카롭게"
"위법? 합법?" 애매모호…국토부 "정비사업 기준 더 날카롭게"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1.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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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구역 입찰사 불기소 처분 따라 제도 개선 검토
재산상 이익 제공·시공 관련 범위 등 구체화 필요
지난해 10월19일 오후 한남3구역 일대에서 행정위반 행위를 단속 중인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들.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해 10월19일 오후 한남3구역 일대에서 행정위반 행위를 단속 중인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들. (사진=천동환 기자)

국토부가 한남3구역 입찰 시공사들이 법적 테두리 밖에서 움직였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검찰은 '협의 없음', '공소권 없음'으로 관련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정비사업 관련 법과 제도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욱더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특히, 재산상 이익 제공이나 시공 관련성 유무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 설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 전문가 동원해 잡아냈지만 '無혐의'

22일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검찰이 서울시 용산구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사업에 입찰제안서를 낸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해 제도 개선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한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태일)는 지난 21일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관련 서울시 수사 의뢰 사건을 수사한 결과,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및 입찰방해 부분은 '혐의 없음' 처분하고,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 위반 내용은 '공소권 없음' 처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합동점검 당시 국토부는 서울시·용산구 공무원은 물론 한국감정원 관계자와 변호사, 회계사, 건설기술전문가까지 동원한 끝에 한남3구역 입찰 시공사들의 제안 내용에 다수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결과적으로 법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고, 국토부는 일단 검찰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했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A 관계자는 "행정청에서는 그렇게(위법 소지가 있다) 판단을 해서 수사 의뢰를 한 거고, 검찰이 그렇게(협의 없음) 결론을 내린 건데,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후 입찰 참가 3개사에 대해 2년간 정비사업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후속 제재를 취하려 했던 부분도 불가능하게 됐다.

A 관계자는 "후속 제재는 검찰이 기소해서 사법부 판단을 받았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입찰 참가 제한 등 처벌은 좀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도정법은 금품 또는 향응,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 제공을 약속한 건설업자에 대해 시·도지사가 2년 이내 범위에서 정비사업의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입찰 시공사들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 제1항을 위반했고, 이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135조 제2호, 제132조 제1호 위반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자료=서울북부지검 보도자료 중 일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입찰 시공사들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 제1항을 위반했고, 이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135조 제2호, 제132조 제1호 위반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자료=서울북부지검 보도자료 중 일부)

◇ 사각지대 없도록 명확하게 개선

검찰이 정부 및 지자체의 해석과 다른 판단을 내림에 따라 국토부는 정비사업 관련 제도를 더욱더 꼼꼼하게 검토하고, 명확하게 개선할 계획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은 다듬어 정확하게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적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산상 이익 제공 부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와 시공 관련 유무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등이 개선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국토부 고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건설업자 등은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와 이주비, 이주 촉진비, 재건축 부담금, 그 밖의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선 안 된다. 그러나 건설사가 일정 이자를 받고 대여금 형태로 사업비를 지원하거나 인테리어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식의 제안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A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비용을 시공사가 대신 지원(무이자 지원)한다는 것은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이런 부분들을 제도 개선을 통해서 조금 더 구체화하고, 필요하면 법령으로 상향시키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현재 법·제도상으로도 한남3구역 입찰 시공사들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및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며, 이에 따른 행정청의 관리·감독 조치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남3구역에 입찰제안서를 냈던 건설사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계없이 국토부와 서울시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은 그것으로 끝이고, 시공사들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서울시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은 조합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남3구역 조합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15일 개최 예정이던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를 중단한 바 있으며, 기존 입찰을 무효화하고 다음 달 1일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