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서울' 공급 축소·집값 불안·내집마련 여건 악화
[2020 신년특집] '서울' 공급 축소·집값 불안·내집마련 여건 악화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1.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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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부동산 전문가들 부정적 전망 일색
고강도 정부 규제 효과보다 '부작용 우려'
서민·중산층 실수요에도 힘든 한 해 될 것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김덕례 주산연 주택연구실장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장성대 건국대학교 부동산학전공 교수,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사진=각자 제공)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김덕례 주산연 주택연구실장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장성대 건국대학교 부동산학전공 교수,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사진=각자 제공)

정부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옥죄더니 새해 추가 규제까지 예고했다. 집값이 들썩이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다. 특히, 서울 주택 시장에 대해서는 규제를 쌓고 또 쌓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화하는 등 규제 일변도로 흘러가는 서울 주택 시장의 올해는 어떤 모습일지 주택·부동산 전문가들과 함께 전망해봤다.<편집자주>

전문가들은 새해 서울 주택 시장을 두고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공급 축소를 불러오고, 정부의 고강도 규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풍선효과 등으로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가격대 집값이 불안정해지고,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 여건까지 악화하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중산층에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Q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서울 주택 공급 축소 현실화할까?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연쇄적 공급 지연 우려"

서울의 유일한 신축 공급 방식은 재개발·재건축이지만 관리처분인가를 마친 주요 단지들의 분양 일정이 분양가 상한제 이슈로 지연되고 있다. 결국 절차가 빠른 단지들이 사전에 예정된 기일에 분양을 못 하게 되면, 후순위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다른 단지들도 순연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서 재건축 멸실로 인한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이주 시기를 조절해 왔다. 공급의 연쇄 지연은 결국 공급 감소와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장성대 건국대학교 부동산학전공 교수 "공급에 치명적"

건설 부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부문에 원가 상승과 경제성장 둔화로 매우 어려운 경기상황이다. 건설사에서 주택을 공급하려면 회사의 적정 이윤은 물론, 금융비용 등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공급을 막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공급 부족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사업 진행 보류·포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나 조합 측 입장에서는 분양가 규제 등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업 진행을 보류,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4월 이후 물량 축소"

분양가 상한제로 기존 계획처분 허가를 받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올해 4월 이전에 분양물량 공급을 집중할 것이고, 이후에는 분양물량의 축소가 투기지역을 중심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4월 본격적으로 시행됐을 때 건설사는 정부의 분양가격에 맞춰 공급하기에는 수익률이 과거보다 20% 이상 떨어지는 것을 감당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분양물량 축소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상한제+규제강화=물량 감소"

서울 분양물량 중 정비사업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4월 이후에 정비사업이 지연되면 공급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던 시기라 할지라도 규제 강화기와 규제 완화기에 따라서 공급환경은 다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분양가 상한제를 미적용하고 규제를 완화했던 시기에 분양물량이 많았고, 정비사업 물량도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분양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3년 서울 주택 월간 매매·전세 가격 상승률 변동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최근 3년 서울 주택 월간 매매·전세 가격 상승률 변동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Q 정부가 바라는 대로 서울 집값은 잡힐까?

장성대 교수 "공급 부족 따른 가격 상승"

정부의 대출 규제 등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듯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을 초래해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온다. 시장 왜곡 현상으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도 큰 피해가 될 것이다.

양지영 소장 "단기적 가격 하락 가능성"

단기적으로 시장의 논리상 가격이 내려가기 위해서는 매물이 쌓여야 한다. 올해는 보유세 부담이 많이 증가하는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출몰할 것이다. 반면 매수자 역시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으로 매수가 힘든 상황으로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격이 내려가고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공급 계획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송인호 부장 "궁극적으로는 가격 통제 부작용"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서울 집값이 잡히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궁극적으로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김덕례 실장 "공급계획 없이는 중장기적 불안"

12·16대책은 분양가 상한제뿐만 아니라 수요 정책인 대출, 조세, 청약 등을 모두 강화했기 때문에 하반기에 나타났던 서울 집값 급등 현상은 단기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다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입시제도 개편에 따른 학군 수요 증가, 서울진입 희망 대기수요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공급계획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송승현 대표 "9억원 미만 주택 상승"

지속해서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아닌 대출 제한을 통한 구매력 감소다. 그 구매력이 허용하는 저가 주택에 수요가 먼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청약시장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무주택자들이 자각한 상태며, 주요 지역의 9억원 미만 저가 주택은 이번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아 우선 공략대상이 돼, 단기간에 9억원을 상한선으로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이번 12·16대책으로 주요 입지의 아파트들은 풍선효과로 9억원 이하 아파트들의 가격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해 상반기 아파트 가격 키 맞추기 등 역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 특정 가격선을 정해놓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부동산 안정을 위해선 다주택자의 출구전략으로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내년 6월까지 한시적 배제해주는 기간을 완화해 시장에서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매물이 더 나와야 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건설·부동산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주택매매가격 변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응답률). (자료=주산연)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건설·부동산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주택매매가격 변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응답률). (자료=주산연)

Q 서울 주택 전·월세 시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양지영 소장 "매매수요→전세수요=전셋값 상승"

올해는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계절적인 요인에다 정시 확대 등 입시제도 개편 등으로 전셋값이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는 12·16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고가주택 대출 규제 강화와 보유세 부담 등으로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송인호 부장 "강남 3구 중심 전셋값↑"

서울 주택 전·월세 임대시장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매매가 일시적으로 위축되면서 특히 고가의 아파트가 집중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의 상승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김덕례 실장 "입주 물량 많아 전반적 안정"

서울 입주 물량이 2020년까지는 과거 대비 많아서 크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학군 수요, 공공주택 대기 수요 등에 의해 국지적인 불안 요인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학 전에 나타나는 학군 수요에 의한 수요 집중으로 일시적 전세가격 불안 가능성은 있다.

송승현 대표 "임차인에 임대료 부담 전가 우려"

주택값과 전세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학군 수요가 입시제도 개편과 맞물렸고, 주택공급정책은 청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면서 전세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현 부동산 정책은 주택값 상승이라는 문제점도 안고 있지만, 주택구매 이후 상승한 주택가격을 고스란히 받아 고가주택자가 되는 것도 전세를 선택하게 하는 요인이다. 즉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거주가 가능한 전세시장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임대차 시장에서도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쏠릴 것으로 보이고, 대출 규제로 인해 매매수요를 전세시장으로 전환해 수요가 상승해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9억원이 넘는 순간 막대한 현금동원력을 확보한 사람만 접근할 수 있게 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역시 비자발적으로 전세를 선택해야 한다.

매입자금대출을 비정상적으로 규제하고 전세자금대출만 유지하는 정책에서는 더욱더 심할 것이다. 전세가 지속적으로 상승 시 향후 월세시장마저도 상승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은 임차인에게 임대료 전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장성대 교수 "매매보다 전·월세 선호"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 및 수요 억제 정책에 따라 매매보다 전·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전망한 2020년 주택가격 변동률(단위:전년 말 대비 %). (자료=주산연)
주택산업연구원이 전망한 2020년 주택가격 변동률(단위:전년 말 대비 %). (자료=주산연)

Q 정부 정책이 서울에 거주하는 중산층·서민들에게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송인호 부장 "실수요 주택구매 여건 악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서울 전역의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 레벨 업되는 상황은 지금 상황에서 더욱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을 낮추게 되는 요인이 된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위해 공공임대의 서울지역 확장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김덕례 실장 "불안 심리 상승"

대출·조세 규제로 인한 주거 이동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고, 공급이 부족해져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승현 대표 "서민 주거 질 퇴보"

대표적인 서민 중산층을 '무주택자'로 전제한다면 현재 부동산 정책이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늘리는 형식은 취하고 있으나 재개발 재건축 지연으로 일반분양 물량 자체가 희소하고, 당첨돼도 9억원 이상 중도금대출이 불가능해 서민들에게는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재고 주택 시장 문을 두들긴다고 하더라도 9억원이 넘는 순간 대출 문턱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8억8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중간 수준 이상의 아파트는 무주택자가 넘볼 수 없는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서민들의 주거의 질은 계속 퇴보할 수밖에 없다.

장성대 교수 "장기적으로 극심한 양극화"

정부의 대출 규제 등 역대 최대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듯 보일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극심한 양극화로 서민들의 진입 장벽을 높여 서민과 중산층의 피해로 나타날 것이다. 규제보다 공급 확대는 물론 거래세인 양도세율의 대폭적인 인하, 임대사업자 등의 주택이 시장에 나와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양지영 소장 "현금 부자에 좋은 환경"

현재 중산층 및 서민들이 주택을 구매할 때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9억원 초과의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20%로 축소되고, 15억원 이상은 대출이 금지된 상황에서 서울과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현 정책은 현금 부자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중산층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