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방위비 증액… 한미 입장차 상당”
정은보 “방위비 증액… 한미 입장차 상당”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1.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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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3차 회의 파행… 美 “한국 제안 수용 못 해”
19일 한미 방위비협상 파행 관련 입장발표하는 정은보 수석대표. (사진=연합뉴스)
19일 한미 방위비협상 파행 관련 입장발표하는 정은보 수석대표. (사진=연합뉴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3차 회의가 파행된 것에 대해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미국의 전체적인 제안과 정부의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19일 정 대표는 회의가 파행된 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전했다.

정 대표는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은 미측이 먼저 이석을 했기 때문"이라며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과 관련해서는 양측이 다 공정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을 천명하고 있어 앞으로 계속 노력해 상호 간에 수용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 “주한미군과 관련된 부분은 지금까지 한 번도 논의된 바가 없다”며 “미국이 방위비 문제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연계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양측이 다음 일정을 잡아놓고는 있지만 이날 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만큼 다음 회의를 열기 위해서는 대응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미 대표단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방위비 분담 관련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당초 오후 5시까지 회의를 하기로 했으나 시작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회의는 파행됐다.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회의가 종료된 것이다. 미국 측의 요청으로 회의는 종료 상황을 맞게 됐다.

회의가 파행된 것은 양측의 입장이 강하게 부딪힌 탓이다. 드하트 보좌관은 3차 회의 종료 후 브리핑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한국 협상팀이 내놓은 제안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바라는 우리측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새 제안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성과 없는 회의였음을 밝혔다.

양측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긴 시간 회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미국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에서 이견이 크게 발생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정 대표가 “미국이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총액과 새로운 항목 신설 부분은 긴밀히 연계돼 있다. 따라서 항목과 총액 모두를 포함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 데 따라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상황에 이견이 발생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이 내년도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 상당의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미군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군수지원비 외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등을 총망라해 들어가는 비용으로 50억 달러 가량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주한미군 주둔비만 반영한다는 SMA 틀에서 벗어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납득할 수 없고 미국은 정부가 주장하는 합리적인 분담에 대해 기대이하의 대응이라며 일축하고 있는 상태다.

한미 대표단은 지난 9월 서울에서 1차 회의를, 지난달 하와이로 장소를 옮겨 2차 회의를 열었다. 1, 2차에서 확인한 입장을 토대로 이번에 본격적인 간극 조율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양국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사실상 마지막 회의인 3차 회의에서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전날에 이어 이날 진행된 회의 역시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 연내 타결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10차 협정 유효기간은 연말까지다. 양국이 연내 타결하지 못하면 협정 공백 상태를 맞게 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