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국장 “北발사체 인공위성”
美정보국장 “北발사체 인공위성”
  • 장덕중기자
  • 승인 2009.03.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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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이라도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을 것”
유명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활용 가능성 농후”

미국 정보당국자가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발사체의 정체에 대해 사실상 ‘인공위성’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장(NI)은 현지시간으로 1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공표했고, 내 생각에 그들이 그러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물론 블레어 국장은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위성이라고 하더라도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차별화 되지 않으며, 3단계 추진체가 성공하면 알래스카는 물론 하와이,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본토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해 북한 발사체의 실체적 위협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블레어 국장의 발언은 그동안 발사체가 과학적탐사를 목적으로 한 ‘광명성2호’라고 주장해온 북한의 입장에 일정부분 정당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반도의 군사적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일본마저 최근 발사체 요격가능성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블레어 국장의 발언은 한미일 3국의 입장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주발사체’라는 미묘한 발언의 진원지가 한미일 북한관련 정보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미국 정보당국의 수장인 블레어 국장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발사체의 정체가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지간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블레어 국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한·미간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논란의 진화에 나섰다.

유 장관은 “중요한 것은 위성과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원리가 같기 때문에 이번에 위성을 발사하더라도 추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해 블레어 국장의 우려와 궤를 같이 했다.

그동안 북한 발사체의 실체를 대포동2호 미사일로 여겨온 국방부도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발사하려는 것이 위성이든 미사일이든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프로그램을 중지한 유엔안보리 결의 제1718호를 위반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어 국장의 발언은 북한의 발사체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방식이 일정부분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 상황은 1998년 8월 벌어진 대포동1호 해프닝과 오버랩된다.

북한은 당시 기존의 노동미사일보다 사정거리가 배가된 로켓을 쏘아 올렸다.

이 로켓은 일본 상공을 넘어서 1600㎞를 날아갔지만 우주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발사체를 광명성1호라고 발표했지만 한미일은 이 로켓을 대포동 1호라고 간주하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불과 2주여 일만에 미국 국무부가 소형 인공위성이었다는 판단을 내려 3국의 대응은 말 그대로 ‘호들갑’으로 끝나고 말았다.

블레어 국장의 발언을 도화선 삼아 10년 만에 다시 불어 닥친 발사체 정체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향후 태도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