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치퍼' 브리더스컵 3위 쾌거…한국경주마 역대 '최초'
'블루치퍼' 브리더스컵 3위 쾌거…한국경주마 역대 '최초'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1.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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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국내서 자라 훈련된 경주마 중 '유일'
한국경주마 위상 제고·해외사업 주요 동력 기대
김낙순 회장 "경주마 세계무대 진출 적극 지원"
최근 미국 브리더스컵에 출전해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낸 '블루치퍼' (사진=한국마사회)
최근 미국 브리더스컵에 출전해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낸 '블루치퍼' (사진=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대표 김낙순·이하 마사회)는 경주마 ‘블루치퍼’가 대표적인 국제 경주마대회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브리더스컵에서 한국 경주마 최초로 3위를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마사회에 따르면 블루치퍼(4세, 최병부 마주·김영관 조교사)는 지난 11월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열린 제36회 브리더스컵 더트마일(G1·1600m, 총상금 100만달러)에 출전해, 세계 최고의 경주마들과 경합을 벌여 세 번째로 결승선을 끊었다.

블루치퍼는 이번 브리더스컵 출전이 생애 첫 해외 원정 경주이자, 더트주로 출전도 처음이었다. 게이트 운도 8번 외곽게이트를 부여받아 썩 좋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배당도 출전한 총 10두 중에 8위로 현지에서도 우승마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여러모로 부담이 많은 경주였지만, 블루치퍼는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특유의 선행능력을 뽐내며 외곽에서 빠르게 선두그룹에 합류하며 2위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에도 경쟁마들의 거센 추격을 잘 따돌렸지만, 직선주로에 접어들면서 오마하비치(3세)에 밀려 2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거리는 불과 1과 1/4마신차였다.

마사회 관계자는 “오마하비치가 산타아니타 스프린트 챔피언십(G1)을 포함해 4개의 굵직한 대회에서 연승 중이던 우승 후보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블루치퍼의 이번 경주는 놀라운 기록”이라고 말했다.

우승은 3세의 스펀투런에게 돌아갔다. 스펀투런은 이번 대회 직전 펜실베이니아 더비(G1)에서 5위를 차지한 경주마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마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변을 일으키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블루치퍼는 이번 경주로 상금 9만달러(한화 약 1억원)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비단 상금뿐만 아니라 한국 경주마의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한국 경주마의 국제적인 활약은 한국경마의 수준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근거가 되기 때문에, 향후 한국의 경마 승격은 물론 국산마와 경주중계 수출 등 해외사업에도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장을 참관한 김낙순 마사회장은 “한국경주마가 브리더스컵과 같은 큰 무대에 출전하는 것은 한국경마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커다란 성취”라며 “이런 대회에 한국 경주마의 출전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이 올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한국 경주마의 세계무대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브리더스컵은 세계 최고수준(PART1)의 경마시행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에서도 경마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대형 이벤트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에서 최상급 경주마들이 모여, 이틀간 14개의 경주를 시행한다. 1개 경주를 제외하면 모두 G1급으로 열린다.

지난해에는 케이닉스 선발마 닉스고가 쥬버나일 경주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의 경주마 선발기술을 알린바 있으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자라고 훈련된 경주마가 입상을 차지한 것은 블루치퍼가 처음이다.

블루치퍼는 이번 성과를 발판삼아 오는 12월부터 진행되는 두바이월드컵에도 원정을 나설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