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는 욕설 관중은 품평… '전국체전 인권침해' 심각
코치는 욕설 관중은 품평… '전국체전 인권침해' 심각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0.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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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전국체전 모니터링 결과… "가이드라인 제공"
(사진=대한체육회)
(사진=대한체육회)

올해 100회를 맞이한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선수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폭언과 고성, 인격 모욕을 하는가 하면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르는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빈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제100회 전국체전의 14개 주요 종목 학생선수를 중심으로 인권침해상황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인권위 조사관과 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20여명의 인권상황 모니터링 단원들은 이 기간 동안 경기장 내외부 점검, 경기 내용 관찰, 선수 인터뷰 등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과열 경쟁과 권위주의적 문화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이 곳곳에서 적나라하게 확인됐다.

우선 코치들은 경기가 과열되는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을 향해 폭언을 하거나 고성을 질렀다. 경기에서 지면 심한 욕설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구기 종목의 남자 지도자는 경기 내내 여자 고등학교 선수에게 "야, 이 XX야 미쳤어, 죽을래, 그따위로 할 거야" 등의 폭언을 하고, 선수를 툭툭 밀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투기 종목의 코치는 경기에서 진 남자 대학 선수에게 욕설을 했고, 또 다른 투기 종목의 코치도 경기 결과가 좋지 않자 선수들을 세워두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성차별적인 의전도 종종 발생했다. 일부 여성선수들은 높은 단상에 앉아있는 임원에게 다과를 바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관중들의 모욕적인 발언도 심각했다. 관중들은 대놓고 몸매 품평을 선수들을 지켜봤다. 일부 관중은 선수에게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네", "나한테 시집와라" 등의 발언을 했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여전했다. 한 남자 코치는 작전 타임 때 여자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르고 만졌다.

스포츠분야의 가이드라인에는 신체 접촉은 훈련, 교육, 격려 행위와 혼동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를 빙자한 성폭력 사례가 많아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최소화할 것이 명시돼 있다.

선수 시설이나 대우도 열악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휴식을 취하는 대신 고위직들의 훈화를 들어야 했고,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탈의실과 대기실, 훈련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향후 대규모 경기대회를 주관하는 주최 측에서 선수 인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서 "스포츠 경기에서 인권침해와 권위주의적 문화가 근절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이해 당사자들에게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