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아베, 21분간 회담… 文대통령 친서 전달
징용 배상 판결 '한국책임' 유지… 日언론도 지적
韓, 관계개선 '분기점' 판단 … "예상 목표치 도달"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마주앉아 관계 경색을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과 교류를 촉진하기로 했다.
또한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현안이 조기해결 되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를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아베 총리에게 전달됐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차 사흘째 일본을 방문 중인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12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회담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양국 최고위급 회담이다.
회담은 당초 10분이 예정됐으나 훌쩍 넘겨 21분간 진행됐다.
중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아베 총리가 전날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19분간 회담한 것을 고려했을 때 한일 총리회담이 상당히 비중 있게 진행된 셈이다.
또한 애초 한국 정부에서는 '면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일본에서도 '회담'으로 지칭한 만큼 용어를 '회담'으로 통일하기도 했다.
양국 정부가 두 총리 간 대화를 양국관계에 대한 진지한 의견 교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날 한일 총리는 양국의 관계 악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루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아베 총리는 양국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국의 책임을 물었다.
아베 총리는 청구권 협정 문제와 관련해 '국가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으며,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회담에서 나오지 않았다.
실제 일본의 주요 언론 매체들은 이날 한일 총리 회담을 보도하면서 성과를 도출한 만남이었다기보다는 핵심 이슈인 징용 배상 소송을 놓고 평행선을 달린 회담이었다는 쪽에 방점을 찍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일한, 징용공 문제에서 평행선"이란 제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징용 소송 문제를 놓고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공영 NHK 방송도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계기를 만들어 달라"면서 징용 소송을 둘러싼 문제를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한국에 재차 요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분기점'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또 향후 한일 정부간 채널로 공식 대화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특히 이 총리는 회담이 마무리되기 전 아베 총리에게 흰 봉투에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1페이지 분량의 이 친서에는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양국간 현안에 대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해나가자는 취지의 문구도 담겼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회담장에서 친서를 열어보지는 않았으나, 친서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외교채널을 통해 일왕에게도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 총리도 양국 대화를 촉진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그런 예상 목표치에는 도달한 것 같다"는 평을 내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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