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관리·감독부터 하라” 양돈농가 뿔났다
“멧돼지 관리·감독부터 하라” 양돈농가 뿔났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0.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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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멧돼지 폐사체 ASF 바이러스 잇달아 검출
환경부 발병 가능성 희박 단정했으나 '오판'
한돈협회, 하태식 회장 등 릴레이 1인 시위
"농가 생존권 위협 살처분 정책 철회해야"
하태식 한돈협회장이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의 돼지 일괄 살처분 대책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한돈협회)
하태식 한돈협회장이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의 돼지 일괄 살처분 대책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한돈협회)

양돈농가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의 주요 감염 원인으로 꼽히는 야생멧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과 함께 경기도 연천지역에서 진행 중인 돼지 일괄 살처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생멧돼지가 돼지열병 감염의 주요 경로로 인식된 만큼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14일 양돈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 연천 DMZ(비무장지대) 멧돼지 폐사체에서 처음으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연천과 강원도 철원을 중심으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잇달아 5건이 검출됐다.

특히 지난 11일 DMZ 남쪽 민통선에서도 야생멧돼지 폐사체를 통해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전방위적인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남하한 흔적은 없으나 야생멧돼지의 경우 활동성이 뛰어나다는 점, 쥐나 조류 등이 멧돼지 폐사체의 ASF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파주에서 돼지열병 첫 사례가 확인된 이후 일각에서 야생멧돼지에 따른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전염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희박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환경부는 “해당지역은 평야지대로 멧돼지 서식 가능성이 낮고, 한강을 거슬러 북한 멧돼지가 유입될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부족하다”고 단정 지었다.

더욱이 고양·파주·양주·동두천·연천·김포·강화 등 경기북부와 인천의 7개 시·군을 대상으로 멧돼지 총기 포획을 중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 대부분은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내려졌거나, 의심축 신고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곳이다.

환경부의 이 같은 대응에 양돈업계는 당시에도 의문을 표했고, 결과적으로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의 방역정책이 오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양돈업계는 야생멧돼지가 돼지열병 감염의 주된 경로로 강하게 의심되는 만큼, 연천 등에서 진행 중인 모든 돼지의 수매와 살처분을 즉각 중단하고, 야생멧돼지 관리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전국 양돈농가를 회원으로 둔 최대 생산자단체 ‘대한한돈협회’는 이날 하태식 회장을 시작으로 ‘연천 돼지 일괄 살처분 반대, 멧돼지 관리 우선 요구’라는 주장과 함께 청와대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한돈협회는 1인 시위에 앞서 성명서를 통해 “현재 연천에서의 돼지 살처분 조치는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정책 시효가 끝났다”며 “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멧돼지를 살처분하는 것이 아닌 모든 집돼지를 무분별하게 살처분하는 정책은 정부 방역의 기본 틀을 벗어난 것으로서, 관련정책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돈협회는 정부의 예방적 돼지 살처분과 수매는 해당 농가들의 생계에 대한 선(先)보상 방안이 없는 일방적인 방역대책으로서, 양돈농가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멧돼지 ASF 방역관리 정책은 OIE(국제수역기구) 규정에 따라 환경부가 아닌 수의방역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환경부가 ‘생물다양성과 보호’에 중점을 두는 업무 특성상 야생멧돼지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접경지역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잇달아 검출되는 것을 고려할 때, 사육돼지 몰살정책으로는 ASF를 막을 수 없다”며 “접경지역 농가들은 재입식 전망조차 어려워 폐업에 준하는 상당한 피해를 일방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선 수매 후 예방적 살처분을 즉각 중단하고, 피해농가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돈협회는 15일 국회 기자회견, 17일 세종시 농식품부 앞에서 ASF 살처분 정책 중단과 피해농가 보상촉구 총궐기대회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