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초저가' 경쟁 치열…민생 vs 실속
편의점도 '초저가' 경쟁 치열…민생 vs 실속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0.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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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업계 최저 '민생상품'…후발주자 인지도 제고 해석
CU, 맞불 놓은 '실속상품'…시장주도 차원 소비자 발길잡기 전략
이마트24의 민생상품(좌)과 CU의 실속상품(우) (사진=이마트24, CU)
이마트24의 민생상품(좌)과 CU의 실속상품(우) (사진=이마트24, CU)

편의점들의 ‘초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후발주자 ‘이마트24’가 업계 최저 수준의 민생 시리즈 상품을 지속 출시하고 판매상품의 절반 수준인 1400여종에 대해 파격 할인을 내세우자, CU(씨유)도 최근 알뜰족을 겨냥한 ‘실속상품’을 출시하고, 반값 프로모션으로 맞불을 놨다.

당초 초저가 경쟁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온라인 이(e)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소비자를 빼앗긴 대형마트가 ‘원 단위’ 경쟁으로 촉발했지만, 최근 편의점에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말 550원 민생라면(봉지)을 시작으로 구매빈도와 가격민감도가 높은 상품을 ‘민생시리즈’로 선정해 꾸준히 기획 출시하고 있다. 

이마트24가 내놓은 주요 민생상품으로는 200원 민생도시락김과 580원 민생컵라면, 470원 민생황사마스크 등이 있다. 최근에는 1미터(m)당 10원가량에 불과한 민생두루마리화장지, 장당 3원에 불과한 민생미용티슈 등 식품·비식품 구분 없이 생활밀착형 초저가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일반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최대 50% 이상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민생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우호적이다. 민생라면의 경우, 지난 2월 1봉지당 550원에서 390원으로 가격을 인하한 후 3주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는 등 호응이 높았다. 8월 초부터 판매된 민생두루마리화장지는 출시 이후 두루마리화장지 전체 매출을 전년 동기(8월8일~9월23일) 대비 73%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마트24는 이들 민생상품이 각 카테고리 매출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밝혔다. 

여기에 창립 2주년을 기념해 이달 내내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도 진행 중이다.

취급하는 전체 상품 중 절반 수준인 1400여종을 대상으로 1+1, 2+1, 덤증정 등의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중 1100여종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상품 위주로 1+1 기획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1100여종 상품은 주로 간편·기호식품과 과자, 음료, 유제품 등 식품군이 대다수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민생상품의 경우, 업계 최저수준 가격의 가성비 좋은 상품을 제공해 가계경제 도움과 가맹점 매출 증대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며 “이마트24만의 차별화한 마케팅을 지속 전개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 수 기준 업계 1위인 BGF리테일의 CU도 대중화된 맛에 가성비를 갖춘 ‘실속상품’을 최근 출시하고 마케팅에 돌입했다.

지난달 말 ‘CU 실속500라면’이 가장 먼저 실속상품의 선발주자로 출시됐는데, 상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단돈 5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의 봉지라면이다. 가장 대중적인 쇠고기국물 베이스에 얼큰한 맛을 추가한 제품으로, 출시 일주일 만에 5만개가 판매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실속상품 2~3탄 격인 ‘900원 컵커피’와 ‘1500원 식빵·모닝롤’을 출시했다.

900원 컵커피의 경우 일반 컵커피 가격보다 45%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상급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했다. CU실속1500식빵과 모닝롤 역시 합리적인 가격의 가성비 상품이다. 실속1500식빵은 1조각 당 가격이 150원 수준으로 전문 베이커리점에서 파는 식빵보다 60%가량 저렴하다. 옥수수가 들어가 담백한 실속1500모닝롤(총 6입)도 개당 250원 정도다.

아울러 10월 한 달 간 소비자의 알뜰 소비 차원에서 맞춤형 할인행사를 운영한다. 이마트24의 경우 1+1이 주를 이루는 반면에, CU는 '반값'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1만 후반 가격대의 24개짜리 롤티슈를 8000원 후반대로, 1리터(ℓ) 세제를 2000원에 파는 등 14종의 인기 생활용품을 반값에 판매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실속500라면의 경우 일단 30만개 한정으로 판매하고, 컵커피·식빵 등 다른 상품은 판매 추이를 보면서 수량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실속상품 라인업 확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기 생활용품 반값 행사는 주 소비층인 1인가구가 단기간에 많은 소비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1+1 증정보다는 반값이 더욱 낫겠다는 판단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편의점은 대형마트와 달리 저가 상품을 찾기 힘든 구조였다. 1~2인 가구가 핵심 소비층이다 보니 낱개상품 위주의 고단가 정책을 고수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불황이 지속되면서, 편의점도 소비자 지갑을 열고자 초저가 상품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경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마트24가 인지도 제고, CU는 시장 주도 차원에서 ‘각자도생’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24의 경우 후발주자인 특성상 이슈를 꾸준히 만들어 인지도와 시장점유를 높여야 하다 보니 민생 시리즈를 계속 내놓는 것 같다”며 “CU도 이커머스의 위협과 출점제약 등의 난관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저가 상품으로 소비자 발길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