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BRT 굴절버스·순환 운행 '내년 초 정식 시행'
세종 BRT 굴절버스·순환 운행 '내년 초 정식 시행'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09.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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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990번 노선에 굴절형 2대씩 연내 시범 도입
신호체계·사전요금제 등 정시성 확보 과제 남아
세종시 BRT 노선에 연내 시범 도입 후 내년 정식 운행 예정인 굴절버스. (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홈페이지)
세종시 BRT 노선에 연내 시범 도입 후 내년 정식 운행 예정인 굴절버스. (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홈페이지)

내년 초부터 세종시 BRT 노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세종시민의 이동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버스 2대를 이어 붙인 대용량 '굴절버스' 운행이 본격화 되고, 현행 반원 형태의 900번 BRT 노선이 행복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순환 노선의 모습을 갖춘다. 외형적 발전에 속도를 내는 세종시 BRT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정시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신호 조작체계 정비와 사전요금지불제 등 정시 운행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수송력 증대·접근성 확대

26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세종시에 따르면, 세종시는 올해 안으로 대용량 BRT(간선급행버스체계)로 불리는 굴절버스를 990번과 900번 노선에 각 2대씩 시범 도입한다.

굴절버스는 차량 2대를 연결한 형태로, 수용 인원이 일반 BRT 버스 대비 최대 2배에 달한다. 또 출입구가 3개여서 출·퇴근 시 승하차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시범 운행 후 정식 운행을 시작하는 시점은 내년 1월1일이며, 오는 2021년까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협의해 굴절버스 운행 대수를 총 12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애초 굴절버스는 900번 노선에만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990번에도 시범 적용 후 정식 운영을 검토할 방침이다.

세종시 BRT에 도입 예정인 굴절버스 내부. (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홈페이지)
세종시 BRT에 도입 예정인 굴절버스 내부. (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홈페이지)

세종시 교통과 관계자는 "990번 노선인 청주~오송역 행정구역이 청주고, 대전시 유성도 갔다 오는데, 그쪽 차고지 등에 대한 시설 완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990번 노선에 본격적으로 투입하기에는 인프라 한계가 있다"며 "2대 정도는 상징적으로 운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900번 노선은 내년 1월1일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도시 내부를 계속 순회하는 '전체 순환형'으로 바뀐다.  현재 900번 노선은 반곡동~한별리까지 행복도시 절반을 달리고 있다. 900번 노선이 행복도시 한 바퀴를 도는 데는 약 30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배차 간격은 10분 내외로 수요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세종시 교통과 관계자는 "아직 개통은 안 됐지만 추정하기로는 30분 조금 더 걸릴 것 같다"며 "평균 운행 속도가 44㎞, 운행 거리가 23㎞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종시 BRT 900번 노선도(계획 구간 포함). (자료=세종시)
세종시 BRT 900번 노선도(계획 구간 포함). (자료=세종시)

 

◇ 반개방형 정류장 확대 적용

행복청은 현재 행복도시 3곳(첫마을·도램마을·정부청사북측)에 시범 도입한 BRT용 반개방형 큐브형태 정류장을 도시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선, BRT 900번 노선 1단계 사업지에 포함되는 13개 정류장 상·하행 26개소에 오는 2021년 7월까지 반개방형 정류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애초 계획상으로는 2021년 2월까지 도입하려 했지만 사업 진행 여건 상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반개방형 정류장 내부에는 조명을 비롯해 △스크린도어 △태양광 발전 설비 △무선인터넷(Wi-Fi) △버스정보안내 시설 등 기본적 편의시설이 갖춰진다. 또,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휠체어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에 설치된 승강기(리프트)와 승강장 높이를 맞추고, 대기 공간도 넉넉히 확보한다. 혹서기 및 혹한기에 대비해 냉·온열 의자를 설치하고 소화기와 비상 전화도 비치할 예정이다.

정부청사북측 정류장에 시범도입된 반개방형 큐브형태 정류장. (사진=이소현 기자)
정부청사북측 정류장에 시범도입된 반개방형 큐브형태 정류장. (사진=이소현 기자)

◇ 제대로 된 BRT를 위한 숙제

세종시 BRT가 도입 목적에 맞게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시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행복청은 내년 중 신호 조작체계를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경찰청 등 다수 기관과 협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버스 승·하차 시 요금 지불 시간을 줄이기 위한 '사전요금지불 시스템'도 언제 어떤 식으로 도입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에 도입하려던 사전요금지불 시스템은 버스에 타기 전 정류장에서 미리 교통카드를 태그해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노선마다 운행사와 운행 요금이 달라 일괄적으로 한 단말기에 태그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승객이 자율적으로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 함께 검토되고 있지만, 이 경우에는 저임승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종시에는 현재 900번과 990번을 비롯해 오송역~대전역 구간을 운행하는 1001번 BRT 노선이 조성돼있는데, 900번과 990번은 성인 교통카드 기준 기본요금이 1150원이지만, 1001번은 1700원으로 다르다.

행복청 교통계획과 관계자는 "운수업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손해를 안 보고 싶은 것"이라며 "(자율 요금 지불 방식을 도입할 경우) 가장 싼 요금을 찍고 가장 비싼 버스를 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북측 반개방형 BRT 정류장 내부. (사진=이소현 기자)
정부세종청사북측 반개방형 BRT 정류장 내부. (사진=이소현 기자)

한편 '땅 위 지하철'을 표방하는 BRT는 정시성이 떨어지는 기존 버스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도입한 새로운 교통 수단이다. 지하로 다니는 지하철에 비해 기반시설 구축 및 운영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버스와 지하철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할 수 있어 신도시의 주요 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BRT는 △전용 차로 △전용 차량 △전용 신호 △사전요금지불시스템 등의 특징을 가지는데, 세종시는 BRT 전용차로를 확보한 대표적인 도시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