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WTO 제소로 맞대응…백색국가 제외 미포함
日 수출규제 WTO 제소로 맞대응…백색국가 제외 미포함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9.1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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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국 대우 등 3개 규정 위반 지적…상소 시 분쟁 장기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이 시행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이 시행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맞대응을 예고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1조 최혜국 대우와 11조 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 10조 무역규칙의 공표 및 시행 규정 위반으로 WTO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혜국 대우는 두 국가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제3국에 부여하고 있는 모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말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기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수출절차 우대국) 가운데 한국에만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적용한 것이 최혜국 대우를 위배했다고 보고 있다.

유 본부장은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해 한국만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 원칙인 차별금지 의무와 최혜국 대우 의무에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는 수출입 시 할당제나 수출입 허가를 통해 수량을 제한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이다. 자의적으로 수량을 제한할 경우 시장 가격이 제 기능을 못하고, 관세보다 쉽게 무역 제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와 관련, 유 본부장은 “일본 정부는 사실상 자유롭게 교역하던 3개 품목을 계약 건별로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고 어떤 형태의 포괄허가도 금지했다”며 “이는 수출제한 조치의 설정·유지 금지 의무에 위반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가 안보와 밀접한 사안인 만큼 WTO에서 의제로 삼기 적절치 않다며 한국 측 주장을 반박해왔다.

앞서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는 지난 7월25일 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이 언급한 조치는 국가 안보라는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WTO에서 의제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전쟁이나 분쟁 등 매우 특수한 경우에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으로 인정되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국가 안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또 일본이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는 과정에서 무역규칙의 공표 및 시행 규정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한 국가가 상대국의 무역에 영향을 주는 조치를 취하려면 이를 신속하게 공표해 각 정부와 무역업자가 알도록 해야 하는데, 일본의 수출규제는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은 지난 7월1일 한국에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건을 수출하는 것과 관련해 개별허가로 전환한다고 밝힌 뒤 별도 협의나 대화 없이 사흘 만에 행동에 옮겼다.

유 본부장은 “일본은 아무런 사전 예고나 통보 없이 조치를 발표한 후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시행했다”며 “이웃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보여주지 않았음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하면 양국은 당사국 간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협의 기한은 협의 요청 수령 후 30일 이내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양자협의를 공식 요청하고, 수출규제가 철회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측 협의 요청을 받고도 10일 이내에 회신을 하지 않거나 양국이 60일 이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 본격적인 분쟁 해결 절차가 진행된다.

패널 심리는 분쟁 당사국과 제3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심리가 끝나면 한국과 일본은 패널보고서를 제출하고, 회원국이 이를 회람한 뒤 찬성하면 패널보고서가 채택된다.

이후 패소국은 분쟁해결기구(DSB) 권고·결정에 대한 이행계획 보고 의무를 갖게 된다.

만약 합리적 기한 내 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획이 이행될 때까지 보상에 대한 협의와 DSB의 대응 조치가 뒤따른다.

패소국이 상소하면 상소기구는 상소일로부터 60~90일 이내에 심리를 완료한다. 이 경우 한일 간의 공방은 최대 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로 양국 기업들과 글로벌 공급사슬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분쟁 해결에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제소는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만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지난달 28일 시행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제소 범위는 상황에 따라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jeehoo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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