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달걀' 동물복지 계란 '뜬다'
'착한 달걀' 동물복지 계란 '뜬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8.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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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안전성·신뢰 중시 소비자 인식 변화
동물복지란 농장 수 3년새 173% 증가
매출 급증으로 시장규모 확대 추세
유통·식품업계 상품비중 늘리는 등 공략
어느 소비자가 동물복지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어느 소비자가 동물복지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과 윤리적 소비 트렌드가 맞물려 ‘착한 달걀’로 불리는 ‘동물복지 계란’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 달걀보다 2~3배 이상 비싸지만 수요 증가와 인지도 제고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수가 늘고 있고, 유통·식품업계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물복지란’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산란계(알을 낳는 닭)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이다.

농장에서 제곱미터(㎡)당 9마리 이하로 사육밀도를 유지하고, 닭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 차원에서 계사(닭장) 내에 횃대를 설치하는 등 140여개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때문에 좁은 케이지가 아닌 야외 방목 또는 개방형 계사에서 생산되고 있다.

동물복지란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전체 식용란 시장에서 4% 정도로, 아직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물복지란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와 소비자 구매경험은 꾸준히 상승해, 성장 가능성 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실제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동물복지란의 소비자 인지도를 살펴보면 2017년 26%에서 지난해 46%로 증가했고, 구매경험 역시 같은 기간 8.8%에서 20.8%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가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산란계의 경우 2012년에 처음으로 동물복지 인증이 도입된 이후, 2015년 농가 68호에서 2016년 89호, 2017년 95호, 지난해 118호로 3년 새 173% 증가했다. 이는 전체 산란계 농장 1007호 중 12%가량으로, 산란계 농장 10곳 중 한 곳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것이다. 

사육규모 역시 2015년 73만여마리에서 지난해 180여만마리로 246%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산란계 등 7개 축종에서 동물복지 인증이 도입 중인데, 동물복지 축산물의 국민적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면서 산란계를 중심으로 동물복지농장 수가 늘고 있다”며 “특히 동물복지란 인식이 높아진 점은 안전성과 사육환경의 청결성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물복지란의 인지도 제고와 소비자 관심은 유통·식품업계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반계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늘어났지만, 동물복지란은 30.4%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5.0%에서 지난해 11.5%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롯데백화점의 동물복지란 매출 역시 올 상반기에만 10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마트도 지난해 동물복지란 매출이 전년보다 49.8% 늘었고,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더프레시의 올 상반기 전체 계란 매출의 절반 가까이는 프리미엄 고급계란이 차지했다.

식품업계에서 동물복지란 시장을 가장 활발히 공략 중인 풀무원의 경우,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23%로 전년의 10%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동물복지란 시장이 확대 추세를 보이면서, 업계도 시장 공략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동물복지란 상품 비중을 더욱 늘릴 방침이고, 롯데백화점은 동물복지농장과 직접 계약을 맺어 당일 생산·판매를 하는 ‘지정농장제도’를 곧 도입할 예정이다.

GS리테일은 이달부터 하림과 손잡고 동물복지농장에서 유기농 곡물사료를 먹여 키운 프리미엄 계란 ‘유기농 자유방목 유정란’를 출시해 고급계란을 찾는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동물복지란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7% 늘린 300억원으로 정했고, 10년 후인 2028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식용란을 전량 동물복지 달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