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호된 신고식’…첫 성적표 기대 이하
입국장 면세점 ‘호된 신고식’…첫 성적표 기대 이하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9.07.09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M·엔타스 합쳐 일평균 1억7500억원…업계 “우려했던 결과”
입국장 면세점이 오픈 첫 달 기대를 크게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입국장 면세점이 관련 업계가 우려한 대로 오픈 첫 달 기대를 크게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올해 5월31일 첫 발을 내디딘 입국장 면세점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아직 시행 초반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앞으로도 수익을 내는 어려움이 클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입국장 면세점은 출국 시 산 면세점 상품을 여행기간 동안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고 관광수지 적자 개선, 내수 진작, 직·간접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2곳은 에스엠(SM)면세점이, 제2여객터미널은 엔타스듀티프리가 운영한다.

취급품목은 △화장품 △주류(400달러, 1L 이하) △건강식품 △향수(60ml 이하) 등 10가지다. 담배와 검역 대상물품, 600달러 이상의 고가제품 등은 제외됐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로 세간의 이목을 끌며 등장한 입국장 면세점이 기대와 달리 부진한 가운데, 앞으로의 전망 또한 어둡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입국장 면세점 운영현황 자료(2019년 5월31일~6월30일, 31일간)’ 기준 입국장 면세점의 첫 한 달 매출액은 SM면세점 39억7300만원, 엔타스듀티프리 15억2000만원 등 총 54억9300만원이었다. 

하루 매출액으로 환산할 경우 평균 1억75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린 셈이다. 이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 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예상한 하루 평균 매출액 약 3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 전부터 의문을 제기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규모도 100평 남짓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상품구성 면에서도 다양하지 않고, 마케팅 부분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다”며 “입찰 대상 자체가 중소기업으로 제한돼 있다 보니 대기업과의 차이가 클 것이란 우려가 나왔는데 결국 그대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실제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려면 입국장에 면세점 대신 인도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을 강행했고 그 결과, 기대를 크게 밑돌게 됐다.

이 관계자는 “입국심사, 짐 찾기 등을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심리 특성상 단기간에 매출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담배도 없고 화장품은 목적구매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류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입국장 면세점의 운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 기내면세점은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기내면세점 관계자는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만 하는 정도”라며 “다만 기내면세점 판매에 부진이 있다고 해도 입국장 면세점이 이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상황”이라고 말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