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분실한 걸로 하자"…3년 전 정준영 부실수사 확인
"휴대전화 분실한 걸로 하자"…3년 전 정준영 부실수사 확인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6.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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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 (사진=연합뉴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 (사진=연합뉴스)

3년 전 가수 정준영이 여자친구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됐을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정준영에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쉽게 쉽게 가자"며 먼저 은폐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찰관은 또 사건을 빨리 처리해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요청한 동영상 유포 수사는 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A(54) 경위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정씨의 담당 변호사 B(42)씨도 직무유기 공범과 증거은닉 혐의로 함께 송치했다.

A경위는 2016년 정씨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는 등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 여부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당시 A경위는 정씨가 사설 업체에 포렌식을 의뢰했다는 사실을 듣고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했다고 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쉽게쉽게 하면 될 것"이라며 은폐 제안을 먼저 했다.

A경위는 자신의 상급자가 휴대전화를 압수해 증거물을 확보하라고 지시하자, 포렌식 업체에 '데이터 복원불가 확인서' 작성을 손수 요구하기도 했으나 업체에서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경위는 정씨 포렌식의뢰서의 '1~4시간 후 휴대전화 출고 가능.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 복구 완료됩니다'라는 문구를 가린 뒤 원본과 대조했다는 도장을 찍어 수사 기록에 첨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고는 상부에 "담당자가 휴가를 떠났다. 복구는 2∼3개월은 걸릴 것 같다. 복구가 끝나면 이를 임의제출 받아 보내겠다"는 허위 내용을 넣어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정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변호사 B씨는 A경위와 짜고 경찰에 허위 변호인 확인서를 제출하고 정씨 휴대전화를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위의 수사 무마 제안에 응한 B씨는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불가'라는 내용의 변호인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 해당 사실을 파악한 당시 정씨 기획사 임원 등과 함께 대책회의에 참가, 통상 변호사 사무실은 압수수색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정씨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역할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사건 처리는 보통 3∼4개월 걸리는데 고소장 접수 17일 만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며 "피해자가 두려워하는 영상 유포 가능성을 수사하지 않았고, 당시 휴대전화가 압수됐다면 나머지 동영상 유포 혐의도 수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A경위가 어떤 이유에서 B씨에게 수사 무마를 제안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받았다거나 하는 등 유착 연결고리가 나오지 않았고, 본인이 '빨리 사건을 끝내고 싶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