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원내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식석상에 복귀했지만 회의 시간 내내 눈을 감은 채 침묵을 지키는 등 여전히 침통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홍 원내대표가 평소에 즐겨 착용하던 빨간색 넥타이를 벗고 검은색 목 티셔츠를 입은 것을 두고서도 ‘선 책임자 문책’을 주장해온 그가 아직까지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사건 발생 직후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퇴진론을 주장하면서 당 지도부와 이견을 표출했던 홍 원내대표는 이튿날 실무 당직자 회의 참석 대상에서 제외돼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당 사무처는 이날 회의가 실무자급 회의인 만큼 참석 대상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 부분에서 “어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국민들에게 진상을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며 “전문적인 (시위)꾼들인 전국철거민연합의 역할이 국민들에게 처음 부각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홍 원내대표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홍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입 가지고 두 말을 하겠느냐”고 말해 이 같은 추측을 일축했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선 진상규명, 후 문책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거듭 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외감을 느낀 홍 원내대표가 입을 다문 것이 아니냐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도 김 청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결국에는 홍 원내대표의 주장이 관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집권 여당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는 만큼 ‘선 진상조사 후 문책’은 당연한 절차””면서도 “여론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김 청장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