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루 농성 사전에 연습했다"
“망루 농성 사전에 연습했다"
  • 김두평기자
  • 승인 2009.01.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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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연행자 진술 확보…전철연이 진압 대항 훈련시켜
대책위·유가족 “진압 책임자 처벌하라”요구
어청수 “용산 특공대 투입, 보고 못 받았다”

용산재개발지역 점거농성 현장에서 발생한 철거민 사망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본부장 정병두 1차장 검사)는 철거민들이 N건물 기습 점거에 앞서 사전에 연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농성자 중 한 명으로부터 "이달초 인천 도화동 일대에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측의 지시에 따라 건물 옥상 망루를 설치하는 연습과 함께 경찰의 진압작전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자세한 정황을 확인 중이다.

하지만 검찰은 화재 당시 전철연 관계자가 농성을 직접 지휘했다거나 구체적인 농성지침을 내렸다는 진술은 현재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검찰은 농성당시 경찰 병력 외에 현장에 30여명의 농성 인원이 있었고, 이들 중 12명이 전철연 회원이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세입자는 10명이며 나머지 인원에 대해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철연 외 다른 단체가 사건에 개입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단계에서는 화재의 원인 규명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전철연에 대한 수사를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대책위원회'는 21일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압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병원에서 유가족, 실종자 가족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철거민 학살 만행을 저지른 이명박 정권을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 유족과 철거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김석기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이번 사태를 직접 지휘한 핵심책임자를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또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검찰, 정부는 신원 확인도 되지 않은 고인의 시신을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단 12시간 안에 부검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부검으로 인해 시신이 또 한 번 훼손돼 유가족의 고통은 2~3배가 됐다"며 "이는 사건의 원인을 은폐하고 조속하게 사건을 축소하고자 하는 시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화재원인을 철거민들의 화염병 탓으로 돌리는 등 철거민들의 불법 행위를 강조하고 있다"며 "대책위에서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청수 경찰청장은 21일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과 관련, "이번 사안에서 최근 작전에 대해서는 일체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 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용산 현장에 경찰특공대 투입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묻는 민주당 김희철 의원에게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퇴하는 것에 대해 "경찰을 30년째 하고 있다.

경찰에 입문할 때부터 이날까지 한 번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것은 평소 소신이었다"면서도 "이번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은 경찰들에게 미안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새롭게 출범한 정권의 철학에 맞춰주는 것도 공직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아는 것도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청장을 사임하면서 아무런 미련과 후회도 없다"며 "제 자신도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고 심정을 밝힌 뒤 회의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