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 “올해 유니콘기업 10개사 목표”
[인터뷰]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 “올해 유니콘기업 10개사 목표”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5.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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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 실패 두려워 말고 도전하면 불가능 없을 것”
국내외 중소·벤처기업 현장서 ‘산전수전공중전’ 겪으며 소통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사진=이성은 기자)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사진=이성은 기자)

“중소·벤처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의 99%,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란 평가는 여전합니다.”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은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3월 제17대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한 이 이사장은 올해 총 10개의 유니콘기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시스템을 정리하고 제도 등을 개선하며 뿌린 성장 씨앗을 제대로 결실 맺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중진공은 우선 올해 설립 40년 만에 기관명을 탈바꿈했다. 기존 중소기업진흥공단이란 이름에서 ‘벤처’를 붙였다. 정부의 국정경제 기조인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사람 중심 일자리 창출 의지를 담았다는 게 중진공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 이사장은 “중소·벤처기업은 충분히 유니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소신발언을 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바로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없다”며 “두세 번은 실패해야 유니콘기업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중진공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 창업가 양성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총 2400명의 청년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하고 매출 1조8000억원, 6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덧붙였다.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재육성이 중요하다고 판단,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전국 5개에서 17개소로 확대했다.

올해 9기를 맞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은 1000명 모집에 5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그동안 소외됐던 전북, 경기 북부, 강원, 제주 등에서도 청년창업 붐이 형성되고 있다.

또 기존에 성장가치가 높은 중소·벤처기업을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방식 등 ‘스케일업 금융’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며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증권사 샐러리맨으로 시작한 이 이사장은 39세에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지난 2008년 이스타항공을 창업하며 대기업의 항공시장 독과점을 깨뜨렸다. 특히 이스타항공을 경영할 당시 임직원들의 급여를 밀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해외여행 대중화를 이끈 혁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19대 국회의원에도 당선돼 직능위원장을 4년 동안 역임하며 ‘을’을 위한 입법 활동을 해 왔다.

이 이사장은 “중소·벤처기업이 겪는 경영 고충을 현장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보다 국내외를 바쁘게 누비며 중소·벤처기업 민생현장에서 어려움을 직접 듣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음은 이날 이 이사장과의 인터뷰.

-중진공은 창립 40주년이 됐다. 중진공을 소개한다면.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대표적인 정책 집행기관으로 1300여명 임직원, 연 예산 8조원 규모의 공공기관이다. 100% 자회사로 펀드 약 22조원 규모의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중소기업유통센터, SBC인증원이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성공적인 창업과 혁신성장에 필요한 정책자금, 창업지원, 수출, 일자리 등 시책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현장조직인 31개 지역본·지부에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고, 글로벌혁신비즈니스센터 24개소와 유니콘기업 육성의 산실인 청년창업사관학교 17개, 중소기업연수원 6개 등이 있다. 중진공은 1979년 설립 이후 시대별 요구에 맞는 중소벤처기업 지원정책을 수행하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발전을 함께 하고 있다.

-이사장 직책을 맡은 이후 지난 1년의 시간은 감회가 어떤가.

△그동안 직장생활과 기업 경영, 국회의원 활동 등의 이력이 중소·벤처기업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국내서 하루 동안 1000킬로미터(㎞)를 뛰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보다 더 바쁘게 움직인 셈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현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이 희망을 주고 싶다.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정부나 중진공의 정책도 홍보가 덜 된 부분이 있는데, 이사장인 내가 말을 하면 현장에선 목소리에 무게감이 있고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는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 지난 1년간 성장의 씨앗을 뿌렸으니 올해에는 10개의 유니콘기업을 발굴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현황은 어떤가. 또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제품이 상품성과 기술력이 있고 가격만 좋으면 팔린다. 유통 플랫폼은 다 개방해 놓은 상황이다. 물건을 못 파는 시대는 끝났다. 최근 경북 영주에서 생산하는 호미가 제품이 좋고 상품성이 있으니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원예부문에서 잘 팔리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1등 기업들이 있다. 국내에서 1등 하는 정통 제조 등 축적된 지식과 기술을 스마트화하고 스케일업하면 해외에 보내주면 유니콘기업이 될 확률이 더 높다. 이를 위해 교육과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자금 지원이 안 되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등에 자금이 몰리지만 축적된 지식과 기술이 중요하다. 중진공이라도 지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국내 31개의 지역본부와 해외에 있는 24개의 글로벌혁신 비즈니스센터(BI)가 있어서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했다.

△증권사 샐러리맨으로 시작했다. 39세에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했고, 2008년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재벌 대기업 항공시장 독과점을 깨뜨렸다. 항공노선 배분의 불이익 등으로 인해 임직원 월급을 못 줄 정도의 죽음의 계곡을 넘었던 경험과 항공 요금을 떨어뜨려 해외여행 대중화를 이끌며 혁신기업을 만드는 등 ‘산전수전공중전’ 경험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애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증권사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 ‘인터파크’같은 혁신형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성장시킨 경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중진공의 노력을 설명해 달라.

△지난 3월4일 중국 ‘B2C(최대 기업 대 개인 간 거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티몰과의 업무협약으로 중진공-티몰 종합스토어 ‘I'm Startice’ 개설을 합의하고 뷰티관련 50개 우수제품을 시작으로 신규입점을 추진했다. 그동안 광군제에서 하루 35조원의 매출을 올린 알리바바 티몰 입점을 위해서는 중국법인과 중국 상표등록이 필수적이었으나, ‘I'm Startice’를 통해 입점하는 경우 이 조건을 완화된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은 5억3000만명의 이용자가 있는 1100조원의 중국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채널을 확보했다. 또 지난 4월15일 베트남 국영방송 VTVcab, 대형유통회사 푸타이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120개사, 해외 60여명의 바이어 등이 참가한 수출상담회를 성황리에 개최해 신남방 대표시장인 베트남의 새로운 수출 활로 마련했다. 이후 4월24일에는 연 60조원의 러시아 정부조달 기관인 스베르뱅크-아스트(SBERBANK-AST) 업무협약 체결로 러시아 시장 진출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했다. 특히 예비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 ‘시애틀’에 개방형 공유 엑셀러레이터인 글로벌혁신비즈니스센터를 올해 8월 개소할 예정이다. 시애틀은 아마존캠퍼스,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코스트코, 스타벅스 등이 위치한 혁신거점으로 꼽힌다.

-이 사장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삼백육십행행행출장원(三百六十行行行出狀元)’이라는 중국 격언을 경영철학으로 생각하고 있다. 360명이 한 방향으로만 가면 1등부터 360등까지 경쟁이 치열해지고 1등과 360등이 나뉘지만, 360명이 각자 자기 방향으로 가면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가치, ‘온리 원(Only One) 가치’를 창조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