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 폭등? 양돈·유통업계는 “회복세”
돼지고기 가격 폭등? 양돈·유통업계는 “회복세”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5.0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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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간 평균 17.9% 상승…‘아프리카돼지열병’ 연관 제기
지난해 11월~2월 평년比 30% 폭락…행락철 접어들면서 ‘상승’
양돈·유통업계 “급등 아닌 회복, 오히려 평년과 비슷하거나 감소”
서울 모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등 정육코너.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등 정육코너. (사진=박성은 기자)

한동안 폭락을 이어갔던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들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을 이유로 ‘폭등’, ‘금값’ 등을 붙이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도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 것을 지적할 정도다. 그러나 생산자 등 양돈업계와 유통업계는 현재의 가격상승이 캠핑 등 야외활동에 따른 소비시즌이 시작된 영향이 큰 만큼 폭등이 아닌 ‘회복세’라고 주장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수 매체를 중심으로 ‘돼지고기 가격폭등’, ‘삼겹살 금값’, ‘금겹살’과 같은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 3월부터 평균 10~15% 이상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 때문이다. 자유한국당도 7일 공식 논평을 통해 돼지고기를 비롯한 먹거리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7일 현재 삼겹살(국산냉장·중품) 100그램(g)당 가격은 1950원으로 한 달 전인 1752원보다 11.3% 상승했다고 조사했다. 1년 전 1801원과 비교하면 7.6% 올랐다.

돼지고기 탕박(지육·등외품 제외) 킬로그램(㎏)당 평균 도매가격은 올 1월 3241원에서 2월 3143원으로 떨어지다가 3월 3769원, 4월 4370원으로 두 달 간 평균 17.9%의 상승세를 보였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 달간 돼지고기 가격 추이를 보면 급상승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가을철부터 올 2월까지 돼지고기 가격은 평년과 비교해 30% 가까이 폭락한 것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맥락에서 가격 급등이 아닌 회복세로 보는 것이 맞고, 평년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세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돼지고기 가격은 계속해서 내림세다. 탕박 ㎏당 평균 도매가격 추이를 보면 지난해 10월 3911원에서 11월 3675원, 12월 3597원, 올 1월 3241원, 2월 3143원으로 5개월간 연속 폭락했다.

당시 이베리코 등 수입산 물량이 국내에 대거 들어온 영향이 컸다. 더욱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평년과 비교해도 20% 이상 폭락해 양돈농가들은 돼지를 출하할수록 생산비를 못 건지는 상황이 됐다.

그러다 3월부터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를 주축으로 한돈데이(3월 3일) 등 돼지고기 소비촉진 캠페인이 이어지고, 개학과 함께 급식수요 증가, 캠핑·소풍 등 행락철 시즌이 되면서 예년 이 맘 때처럼 돼지고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양돈업계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지금 가격은 평년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한 상황이다. 삼겹살의 경우 7일 현재 1950원이지만 평년 1907원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2.2%에 불과하다. 또한 올 3월과 4월 평균가격이 각각 1690원, 1875원인데 평년(1826원, 1896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비슷하거나 하락세를 보였다. 

탕박 도매가격 역시 3월 3768원, 4월 4370원에 형성됐는데 이를 평년 같은 기간(4281원, 4577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각각 13.6%, 4.7% 하락했다.

이처럼 지금의 돼지고기 가격은 ‘폭등’, ‘금값’이라고 하기엔 억지가 있고, 최근 들어 등락폭이 심하다보니 가격이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 제기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돼지고기 가격과의 연관성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축산팀 관계자는 “ASF 영향보다는 나들이철이 시작되면서 예년처럼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일부에서 얘기한 것처럼 폭등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가격은 다소 올랐지만 매출이나 소비자 반응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중국에서 ASF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현지 수입량이 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국내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5월 돼지고기 가격은 일평균 등급판정 마릿수가 증가하지만 수입량 감소가 예상돼 탕박 기준 ㎏당 평균 4600~4800원대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는 전년보다 1~3% 높지만, 평년 4821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