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각 놓고 내부 불만 확산
한, 개각 놓고 내부 불만 확산
  • 전성남기자
  • 승인 2009.01.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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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당과 의논하지도 않고 일방적 통보”
홍준표 “당과 의논하지도 않고 일방적 통보”
공성진 “개각 문제는 서로가 정보 공유해야”
전여옥 “여의도 사람 무시에 분노·좌절느껴”
이한구 “지도부, 청와대의 소홀대접 반성해야”

청와대의 1.19 개각을 놓고 한나라당 내부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청와대에 당 소속 의원 출신 정치인의 기용을 주문했음에도 이 같은 건의가 철저히 묵살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와 정보를 공유해야할 박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개각 명단을 뒤늦게 통보받기까지 해 청와대가 당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전날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개각 문제를 놓고 독대까지 했지만, 경제팀을 중심으로 한 소폭 개각이라는 말만 전해들었을 뿐 구체적인 개각 명단에 대해서는 끝내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

당사로 돌아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에서야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명단을 통보받았다는 것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최고위원들의 설명이다.

홍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개각 명단을 보고받고 “당과 의논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인사 청문회 때 청와대 비서진들이 대신 와서 하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가 당 지도부를 너무 홀대하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당 안팎에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 청와대가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자꾸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당에 영이 서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정 운영에서도 당청간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집권 여당과 청와대는 개각의 문제에 있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같이 해야지, 따로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한나라당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불신’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크고 작은 예들이 많이 있다”며 “대통령은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인이어야 하는 만큼 당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여옥 의원도 당 소속 의원 출신 정치인이 입각 대상에서 배제된 데 대해 “지금 여의도는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 여의도 사람들을 무시한 데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는 듯 하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도 다 사연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내각 하마평의 ‘초성’도 오르지 않은 나로서는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데, 한 마디로 ‘여의도를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장광근 의원은 “어제 아침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이번 개각에서는 정치인 입각은 없다는 말씀은 전달된 것으로 알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완전 소통 불능 상태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면서도 “특히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인사 청문회가 당의 협조 없이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 일각의 일리있는 문제제기는 앞으로 청와대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의견을 수렴해서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한구 의원은 당청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모두 비판했다.

이 의원은 “얼마나 당이 청와대로부터 평소에 존중을 받지 못했으면 그런 일이 벌어졌겠는가”라며 “당 지도부가 이제는 왜 이렇게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철저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당도 이제는 좀 의젓하게 정부를 이끌고 갈 생각을 해야지 자꾸 몇 가지 인센티브에 따라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청와대도 마음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자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