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에바가루 논란…현대차, 소비자와 진실공방
‘팰리세이드’ 에바가루 논란…현대차, 소비자와 진실공방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4.11 16: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 “직접 채취한 백색가루에서 알루미늄 성분 나와”
현대차 “해당 차량에서 에바코어 부식 나타나지 않아”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팰리세이드’ 차주 간 ‘에바가루’ 논란이 불거졌다. ‘팰리세이드’에서 ‘에바가루’가 나온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차주들은 자체 조사 결과를 현대차 측에 전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이를 단정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에바가루는 차량 에어컨을 작동하면, 공기를 냉각하는 열교환기인 ‘에바포레이터(증발기)’의 알루미늄 코팅이 산화돼 벗겨지면서 발생하는 백색 가루를 뜻한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일부 차종에서 에바가루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이에 국토부는 ‘투싼’, ‘쏘렌토’, ‘스포티지’ 등 3개 차종 39만여대에 대해 공개 무상수리를 권고한 바 있다.

11일 한 포털사이트의 팰리세이드 차주 동호회 카페 운영자와 현대차 측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제주도에 거주하는 한 팰리세이드 차주의 차량에서 나온 백색가루를 채취해 성분 분석에 들어갔고, 일부 가루에서 알루미늄 성분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동호회 카페 운영자는 현대차 측 보다 먼저 백색가루를 채취한 뒤 또 다른 동호회 회원의 도움을 받아 자체적으로 성분 분석을 했고, 그 결과 대부분 알루미늄 성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운영자는 “지난달 14일 (차주가 있는) 제주도를 찾아가 백색가루로 보이는 약 24개의 알갱이를 모았다”며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같은 동호회 회원에게 맡겨 가루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24개 중 2개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가루에서 알루미늄 성분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 측에 24개 알갱이 중 (알루미늄 성분이 나타난) 10개 이상의 알갱이를 보냈다”며 “이후 현대차는 내가 보낸 알갱이들의 분석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사측 관계자들이 직접 제주도에 가 알갱이를 채취했다”고 덧붙였다.

이 운영자는 “현대차 측이 당시 제주도에서 직접 2시간 동안 알갱이를 모았지만 나중에 성분 분석 결과를 내놓은 건 6개 뿐”이라며 “현대차는 그 중에서도 1개의 알갱이에서만 알루미늄 성분이 나와 추가로 조사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제주도에서 채취한 알갱이에서 나온 알루미늄 성분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에바가루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바가루의 발생 원인은 에바포레이터 코어(에바코어)가 부식이 돼 나오는 것”이라며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주 지역 차주의 팰리세이드 차량에서 에바코어의 부식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개의 알갱이가) 알루미늄이긴 하지만 에바코어의 부식으로 인해 나온 알루미늄과 성분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주도를 찾아가) 차량 내 여러 군데에서 시료를 채취했지만 송풍구 근처에 나온 시료에서 알루미늄 성분이 나온 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알루미늄 성분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알루미늄 성분이 나온 1개의 알갱이 이외에 나머지는 대부분 먼지였다”면서 “(차주에게) 더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가루들이 어디에서 유입되거나 발생했는지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루미늄 성분이 나온 1개의 알갱이에서는 산소와 규소 성분도 함께 발견됐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과거 에바가루에서는 알루미늄과 산소 외에 다른 성분은 거의 없었다”며 “규소 성분 유입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며 논문을 찾아보니 제주도 지역에는 토양 등에서 규소 성분이 많이 포함된다는 점을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지역 일반 도로나 해안가 모래와 함께 제주지역 수리센터에 입고되는 차량을 차종과 주행거리 등으로 구분해 선별한 뒤 에어필터와 에어클리너 등을 분리해 시료 분석을 진행했고, 여기서도 알루미늄과 규소 성분 등이 발견됐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현대차 측은 “팰리세이드 에바가루 의혹이 제기된 차주는 단 한 명일 뿐”이라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사례로는 부족하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알갱이 몇 개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두고 전체적인 상황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현대차가 에바가루로 곤혹스러웠던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