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끝없는 노사 불신…파업 여파 장기화
르노삼성, 끝없는 노사 불신…파업 여파 장기화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4.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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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부터 2차 집중 교섭 진행…“협상 처음부터 시작해 더 힘들어져”
노사 갈등 여파 지역경제로 번져나가…“유·무형의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가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집중교섭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사 간 장기 파업의 여파가 계속 커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달 28일부터 두 번째 집중교섭에 들어간 뒤 작업 전환배치 노조 동의 여부와 신규 인력 채용, 기본급 등 임금인상 등의 쟁점을 두고 평행선을 걷고 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5일부터 8일까지 1차 집중교섭 기간을 가졌다. 이 기간 중 사측이 근무강도 개선, 근골격계 질환 예방 위한 설비 투자, 1인당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지급 등을 노조 측에 제시하면서 합의에 진전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작업 전환배치 문제를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충돌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집중교섭을 끝냈다. 이후 지금까지 일부 합의를 이룬 사항들이 모두 원점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난항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집중교섭이 결렬 돼 회사가 지금까지 제시한 사안을 모두 철회했다”며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돼 더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노사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28일 ‘2019서울모터쇼’에서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인스파이어(INSPIRE)’를 공개하고 내년 1분기 중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노조 측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사전에 XM3 인스파이어 생산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신뢰 관계에 금이 갔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XM3 인스파이어에 대해선 회사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던 내용인데, 노조 측이 몰랐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XM3 인스파이어는 내수용 차량인데, 임단협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건 수출물량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르노삼성은 닛산의 위탁생산 분인 북미 수출용 SUV 로그 생산이 오는 9월에 중단됨에 따라 다른 수출 모델 생산 배정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닛산 측은 지난달 26일 생산량을 지난해 10만대에서 올해 6만대로 감축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르노삼성 노사 간 갈등의 여파는 지역경제로 번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일 ‘르노삼성 협력업체 긴급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르노삼성차의 르노삼성의 부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협력업체의 우려는 물론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돼 온 부분파업으로 인해 협력업체들은 15∼40%에 가까운 납품물량 감소로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했다고 분석했다. 또 협력업체들의 고용유지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는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현재까지 노조가 210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면서 21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금액이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르노삼성에 납품하는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한 차체 프레스 금형 생산 업체의 경우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해 20% 가량의 월 매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비정기적 휴무와 야간근무 중단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부산 매출 1위 기업이고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인만큼 이번 사태 장기화로 협력업체 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유·무형의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은 지난달 내수 6540대, 수출 7256대를 합쳐 총 1만3797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내수 16.2%, 수출 62.3% 감소한 수치며 총 49%가 줄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