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구속영장 기각…檢수사 '급제동'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구속영장 기각…檢수사 '급제동'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3.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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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이로써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 교체 관련 의혹의 청와대 등 '윗선'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해 관련자들과는 접촉하기가 쉽지 않게 된 점을 비춰,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표적 감사'를 지시하고, 후임자 공모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에게 면접 관련 자료와 질문지 등을 미리 주는 등 특혜성 채용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 지원자에게 미리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산하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업무를 방해한 것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김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일괄사직 요구와 표적감사 관련 혐의에 대해 탄핵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와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산하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됐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새로 조직된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의사를 확인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고 해당 임원에 대한 복무감사 결과 비위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에 대한 특혜성 인사를 진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한 관련법령의 해당 규정과는 달리 대통령 또는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시부터 장기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김 전 장관의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수사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구속한 뒤 수사의 범위를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었지만, 당장 김 전 장관의 혐의 입증을 위한 보강 수사를 다시 한 뒤 영장 재청구부터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