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파머] ‘삼성맨’이었던 청년, 스마트팜으로 ‘워라밸’하다
[아이엠파머] ‘삼성맨’이었던 청년, 스마트팜으로 ‘워라밸’하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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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7년차 토마토 스마트팜 운영 청년농 황종운 따옴농장 대표
황종운 따옴농장 대표가 스마트팜으로 재배한 토마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성은 기자)
황종운 따옴농장 대표가 스마트팜으로 재배한 토마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성은 기자)

스마트폰으로 온·습도 등 생육환경 자동제어…생산성 높여
“충분한 사전 교육과 실습으로 리스크 줄이는 게 중요” 강조  

“스마트팜으로 ‘워라밸’이 가능해서 좋고, 무엇보다 농사가 손에 익고 재밌다보니 출근길이 즐겁습니다.”

전직 ‘삼성맨’이었던 30대 청년이 고향 땅에 내려와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누군가는 경험도 없이 농사짓는 게 무모하다고 했고, 어떤 이는 왜 좋은 대기업을 관두고 힘든 농사에 뛰어들었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대기업 직원 대신 ‘토마토 농부’라는 이름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스마트팜으로 토마토 농장을 운영 중인 귀농 7년차 황종운(34) 따옴농장 대표의 얘기다.

황종운 대표가 귀농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가족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 때문이다. 정읍에서 20년 넘게 장미농장을 운영하셨던 황 대표의 아버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수입산 화훼가 본격적으로 밀려오고 소비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화훼시장이 위축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황 대표는 “화훼농장 운영이 계속 어려워져 결국 부도를 맞고 빚도 지게 됐다”며 “기울어진 가세를 다시 세우고 어려움을 겪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1년간 고민 끝에 귀농을 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황 대표는 다른 농장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스마트팜’이었다. 당시에는 스마트 온실로 불렸다. 황 대표는 “경험도 없는데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마침 정읍시가 유리온실 신축사업에 지원을 해 ICT(첨단기술) 시설원예농업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여러 농가사례를 책이나 자료, 인터넷으로 공부하면서 스마트팜에 눈을 뜨게 됐다”고 전했다.

토마토로 작목을 정하고 스마트팜 운영 공부를 병행하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황 대표에게 첫 2년은 무척 어려운 시기였다. 토마토에 대한 학습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마트팜을 적용하려다보니 기대했던 수확량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품질도 팔기 민망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농장을 휩쓴 병충해 때문에 이듬해까지 고생했다.

황 대표는 “2년간은 적자가 계속 났고 토마토를 제대로 팔지 못해 밤잠을 설칠 정도로 무척 어려웠다”고 회상하면서 “토마토의 생육·특성 등 기본적인 작물공부부터 꼼꼼하게 다시 시작했고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와 시설농가, 인근의 한국농수산대학교 등 스마트팜 교육을 하는 곳은 시간을 만들어 어디든 찾아다니며 열심히 배웠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배운 지식을 거름삼아 농장에 꾸준히 적용하다보니 토마토 품질도 점차 좋아졌고 수확량도 많아졌다. 특히 IC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팜 덕분에 생산성이 높아지고 인건비는 절감돼 경영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황 대표가 운영하는 따옴농장은 1세대 스마트팜 시설이다. 규모는 약 1만3200㎡(4000평)로 온실환경센서·보온커튼·환경제어모니터링·양액제어기 등의 설비가 갖춰졌다. 구형 온실과 달리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토마토 생육에 따라 온·습도와 이산화탄소 등을 자동 제어하는 것은 물론 온실 천정의 창문과 커튼을 원격으로 자동 개폐해 날씨 상황에 맞춰 농장 내외부의 재배환경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황종운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따옴농장 내부. (사진=박성은 기자)
황종운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따옴농장 내부. (사진=박성은 기자)
따옴농장 내부에 설치된 복합환경제어기기. (사진=박성은 기자)
따옴농장 내부에 설치된 복합환경제어기기. (사진=박성은 기자)

스마트팜 시설 덕분에 수확량은 20% 이상 늘어 3.3㎡당 평균 100㎏를 웃돌고 상품화 비율도 90% 이상 높아졌다. 노동시간도 1.5시간 이상 단축됐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몇 번만 조작하면 원거리에서도 생육환경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농장은 정읍이지만 집은 전주라서 직장처럼 출퇴근하고 있다”며 “스마트팜 덕분에 아버지 때 생각하기 힘들었던 워라밸이 가능하고, 과거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 느끼지 못했던 출근길의 기쁨도 함께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농장 운영을 하면서 틈틈이 동호회 활동으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행복한 가정까지 꾸리고 있다.

다만 그는 스마트팜이 작물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농사를 짓도록 돕는 수단일 뿐 만능도구로 맹신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시설농업 특성상 운영 초기에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스마트팜 작동법은 물론 작물에 대한 깊은 공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것.

또 아무리 좋은 작물을 길러도 판로가 없으면 스마트팜도 무용지물인 만큼 어떻게 소비자에게 판매할지에 대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고 황 대표는 강조했다.

스마트팜 시설은 스마트폰으로 농장 내부 온·습도와 이산화탄소 등 작물 생육환경을 원격 자동제어가 가능하다. 황 대표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자동제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박성은 기자)
스마트팜 시설은 스마트폰으로 농장 내부 온·습도와 이산화탄소 등 작물 생육환경을 원격 자동제어가 가능하다. 황 대표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자동제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박성은 기자)

황 대표의 경우 첫 3년간 도매시장 위주로 토마토를 납품했지만 현재는 수확량의 90%가 직거래다. 특히 블로그·SNS를 통해 직접 기른 토마토의 생산과정과 신선도를 홍보하고 배송 후 사후관리까지 소비자와 일일이 소통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마트 등과 차별화하고자 갓 수확한 최상급의 토마토만 선별·공급하는 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단골고객도 제법 많은 편이다.    
 
황 대표는 “제가 시작했을 때와 달리 요즘은 청년농이나 예비농업인 대상의 스마트팜 지원·교육이 다양하고 많다”며 “무작정 큰돈을 들여 스마트팜에 뛰어들기보다는 정부·지자체가 추진하는 실습교육이나 대형 농업법인에서 1~2년 정도 경험을 쌓은 후 소규모로 시작해 리스크는 줄이면서 차근차근 농장을 키우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