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특산식물 60%가 일본인 학명…개정은 어려워
한반도 특산식물 60%가 일본인 학명…개정은 어려워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2.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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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초롱꽃’은 ‘하나부사야’…울릉도 식물엔 ‘다케시마’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식물에도 일본의 침략 흔적이 남아있지만 학명 개정은 어려워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국립수목원 등에 따르면 한반도 특산식물 60% 이상이 일본인 이름에서 딴 학명으로 불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나카이(Nakai)로 일제 강점기의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은 전체 한반도 특산식물 527종 가운데 327종의 학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금강초롱꽃의 경우 나카이가 자신을 조선으로 파견한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학명을 Hanabusaya asiatica Nakai로 정했다.

금강초롱꽃은 하나부사의 한문식 이름을 따 ‘화방초’(花房草)로 불리기도 했다.

섬현삼, 섬기린초, 섬초롱꽃 등 울릉도와 독도에서 발견된 특산식물의 학명에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부르는 ‘다케시마’(竹島)와 나카이가 붙었다.

한반도에만 있는 식물인데도 국제적으로는 일본인 학자의 이름이 포함됐거나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학명 때문이다.

학명은 국제규약에 따라 식물 종류, 발견지역, 발견자 순으로 표기되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한번 정해진 뒤 바뀌지 않는다.

백합 종류인 평양지모(Anemarrhena asphodeloides Bunge)의 원래 학명은 ‘Terauchia anemarrhenaefolia Nakai’였다. 초대 조선총독을 지낸 테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의 이름을 딴 것으로 ‘사내초’(寺內草)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 먼저 발견된 식물과 같은 종으로 확인돼 현재의 학명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일제는 학명 외에도 우리 꽃이나 나무들을 비하하거나 괴소문을 내는 방식으로 흠을 잡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정원수로 많이 이용하는 참단풍(Acer japonicum Thunb)과 달리 한국산 단풍나무는 노인단풍(Acer koreanum Nakai)으로 부르면서 차별했다.

침엽수인 개비자나무(Cephalotaxus koreana Nakai)의 경우 개(犬)를 맨 앞에 붙이는 식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무궁화는 ‘눈의 피 꽃’, ‘부스럼 꽃’ 등으로 부르면서 꽃을 보거나 만지면 눈병이 나고 몸에 부스럼이 생긴다는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장계선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며느리밑씻개, 복수초, 개불알꽃 등은 매우 예쁜 식물인데 일본어를 번역하거나 차용하면서 이름이 경박해졌다”며 “우리 식물을 아름다운 우리 이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