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친환경車 어디까지 왔나] 현대차, 수소전기차 앞세워 미래 친환경차시장 선점 나선다
[특별기획/친환경車 어디까지 왔나] 현대차, 수소전기차 앞세워 미래 친환경차시장 선점 나선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2.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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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전기차 개발·보급에 7조6000억대 대규모 공격적 투자
정부 수소경제 기조 맞춰 인프라 구축 등 글로벌 공략 나서
점유율 가파른 상승세…대대적 투자는 장기적 부담될 수도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사진 앞좌석)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승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사진 앞좌석)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승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2019년 새해를 맞아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 친환경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7조6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수소전기차 개발과 보급 확산에 힘쓰면서 미래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또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정부의 ‘수소경제 강국’ 기조 정책에 발맞춰 수소전기차 경영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친환경차는 이제 분명한 미래 먹거리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친환경차 판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에만 ‘코나’와 ‘쏘나타’ 하이브리드차를 새로 출시하고 친환경 전용차량인 ‘아이오닉’의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 차종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여 총 22개 차종의 친환경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특히 수소전기차의 경우 정부 정책과 맞물리면서 향후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가운데 주력 차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 시장은 전년 대비 26.4% 증가한 12만3602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 사상 처음 10만대를 돌파했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차량이 8만8982대를 차지해 전체 시장에서 72%를 점유했다. 다음으로 전기차는 2만9632대가 판매돼 2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4244대로 3.4%, 수소전기차는 744대가 판매돼 0.6%의 점유율을 보였다.

점유율만 놓고 보면 친환경차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이 현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성장세를 따져 보면 현재 점유율이 가장 낮은 수소전기차의 판매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차종별 판매 증가율을 살펴보면 수소전기차는 지난해 전년 61대 대비 1119.7% 성장했다. 다음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전년 대비 759.1% 성장하고 전기차는 전년 대비 118.8% 증가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대비 6.3% 성장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세가 주춤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수소전기차의 가파른 판매 증가율은 시장 트렌드 변화의 전망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수소전기차(FCEV) 비전 2030’을 공개하면서 처음으로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FCEV 비전 2030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 체제 구축에 나선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약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2030년까지 R&D와 설비 확대에 총 누적액 7조6000억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 연간 판매 기준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이 약 2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에서 시삽 행사에 참여한 주요 참석자들 모습(사진 위)과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염곡동에서 서울시청을 순환하는 왕복 총 43㎞ 구간을 달리는 405번 수소전기버스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12월 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에서 시삽 행사에 참여한 주요 참석자들 모습(사진 위)과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염곡동에서 서울시청을 순환하는 왕복 총 43㎞ 구간을 달리는 405번 수소전기버스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부도 주요 핵심 정책으로 수소경제를 내세우면서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시청에서 열린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해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모델”이라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오는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모두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올해 수소전기차 4000대, 2022년 8만1000대, 2030년 180만대로 보급률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수소전기 승용차와 버스에만 지급하는 보조금을 향후 택시, 트럭으로 확대하고 수소버스를 오는 2022년까지 2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또 수소충전소도 올해 86곳에서 2022년까지 310곳으로 확충한다.

‘수소전기차 대중화’라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연구·개발과 보급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은 현재 세계적인 수준이다. 현대차는 도요타 보다 1년 앞선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바 있다. 또 지난해부터 양산하는 ‘넥쏘’의 경우 5분 이내의 짧은 충전시간으로, 1회 충전 시 609㎞라는 세계 최장 항속 거리를 구현했다. 경쟁사인 도요타 수소전기차의 경우 ‘미라이’ 모델이 502㎞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은 승용차 뿐 아니라 버스 등 상용차에서도 수소전기차 연구·개발과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수소에너지 기업 H2에너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부터 5년 간 수소전기 대형 트럭 1000대를 유럽에 수출한다. 또 유럽 현지 법령에 맞춘 현대차의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가 개발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한 수소전기차에 대해 청사진만 꿈꾸고 있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수소전기차 개발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고 현대차그룹의 대대적인 투자가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소전기차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에서 “전기차의 40% 수준인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전기 분해 열손실을 20%에서 10% 이하로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다”며 “오는 2030년에는 더 발전한 전기차와 경쟁하기엔 버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일본은 2020년 올림픽과 수소경제의 일환으로 수소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의 계획 보다 현대차의 투자 계획이 더 과감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소전기차는 긴 주행거리, 충전 시간에서 전기차와 비교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어 과거 궁극적인 친환경차로 알려졌지만 최근 전기차가 이들 약점을 거의 극복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난제를 선두에서 해결해야 하기에 수소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