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된 SOC에 20조 투입…내수촉진·고용창출 기대
예타 면제된 SOC에 20조 투입…내수촉진·고용창출 기대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1.29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정 오남용 우려…NGO ‘혈세 낭비’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대상은 크게 지역전략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구분된다.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된 사회간접자본 관련 사업은 올해 국회에서 확정된 19조7000억원에 달하는 SOC 예산과 맞먹는 규모인 20조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건설업 경기가 탄력을 받으면서 내수 촉진과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우선 김천∼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 등 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공사만 8개에 달한다.

SOC 사업은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지역산업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추진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대전 도시철도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취지도 있다. SOC 사업 중 4개 사업이 경남·울산·부산 등에 집중됐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경기기 침체한 동남권의 경기 활성화를 배려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건설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큰 대표적인 업종이다. 10억원을 투입했을 때 늘어나는 고용을 보여주는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건설업은 2014년 기준 5.9명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3.1명)의 두 배에 달한다.

정부가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첫 번째 선정 기준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타당성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졸속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역 경기가 반짝 부양되는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기반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 의정부 경전철,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사업 등처럼 중장기적으로 지역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전문가는 균형발전이나 지역 활성화 등을 내건 예타 면제가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 등은 예타 면제가 “토건사업 확대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들 단체는 “국책사업은 수조 원이 투입돼 한번 시작하면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알아도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며 “결국 시민들은 금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수십년간 막대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선거 등을 앞두고 정권을 잡고 있는 측이 재정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예타가 도입됐다. 지금 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평가 항목 중 하나인 경제성 분석이 수입과 비용을 따지는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지역 주민이나 국가 경제에 끼치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서 비용이 편익보다 큰 사업의 경우 결국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타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은 사업이라도 정치인은 이를 추진할 수 있고 그에 대해 대해서 정치적 책임을 지면된다”며 “그런데 예타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참고 자료도 보지 않고 정책을 정하는 것이며 정치적 책임조차 묻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거나 기준 금액을 높여서 예타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지만 예타 자체를 면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