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기만 ‘혈안’ 항공업계…조종사 수급은?
몸집 불리기만 ‘혈안’ 항공업계…조종사 수급은?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8.12.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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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수요·채용 늘어 관련 일자리 올해만 1만4000개 신규 창출
고질적 조종사 인력 부족에 중국 ‘빼가기’ 겹쳐 해법찾기 난망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항공업계가 몸집을 불려나가면서 인력 수요도 늘고 있지만 조종사 수급 과제는 뚜렷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개 국적항공사에서 올해 약 1만400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조종사·정비사·객실승무원은 3291명으로, 지난해 2473명에서 33% 늘었다. 이 가운데 올해 신규 채용된 조종사는 935명이다. 이는 객실승무원(1743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국제 노선확대 등 항공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올해 말 기준 항공여객 실적은 1억1773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항공업계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설명과 달리 조종사 인력 부족은 고질적 문제를 넘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됐다. 당장 내년 7번째 저가항공사(LCC)가 출범하는 등 조종사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항공사간 조종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항공시장의 급성장이다. 중국 항공사로 떠나는 국내 조종사들이 많은 탓이다. ‘중국 민간항공 조종사 발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중국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조종사 1005명 가운데 한국인은 203명이다. 중국의 외국인 조종사 10명 중 2명은 한국인인 셈이다. 이는 중국 내 외국인 조종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국내 항공사를 떠나는 조종사들은 계속 증가 추세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부터 올해까지 외항사로 이직한 조종사는 393명에 달했다. 이직 추이도 △2014년 24명 △2015년 92명 △2016년 100명 △지난해 145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로 이직하는 사례는 계속 늘지만 국내에서 양성되는 조종사 수는 부족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에 따르면 기장과 부기장은 각각 매년 300여명, 4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년 군 경력 100여명, 국내 양성 350명 수준의 조종사들만 생겨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10년 간 조종사 수요는 매년 최대 709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사 부족으로 인해 국내 항공사 간 ‘인력 빼가기’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대비 2016년 국내 항공사 간 조종사 이직은 19명에서 154명으로 약 8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형항공사에서 LCC로 이직한 조종사는 2011년 9명에서 2016년 91명으로 약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LCC 간 이직(2016년 기준 32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이에 따라 항공사 간 조종사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계속 몸집을 불려나가는 LCC 업체들의 경우 조종사 붙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27일 쉬는 날 비행하는 조건으로 지급하는 조종사 오프수당 인상률을 최소 200%∼250%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안에 합의할 예정이다. 현행 오프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부터 시작한다. 제주항공도 비번인 조종사가 근무하면 500달러(한화 약 56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제주항공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프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항공업계 노력에도 조종사 수급 문제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에서 LCC로 옮겨간 뒤 다시 중국 등 외항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인력 유출이나 빼가기 문제는 숙련된 조종사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안전운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